▶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옥세철 논설실장>
사자와 호랑이는 자연상태에서는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서식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있는 이 맹수들을 결코 한데 모아놓지 않고 떼어놓은 게 자연의 섭리다.
공상이지만 사자와 호랑이가 한 서식지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남아 날 동물이 있을까. 더 만화 같은 상상을 해보자. 이 두 맹수가 연합전선을 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어떻게 될까.
대륙(大陸)세력과 해양(海洋)세력은 항상 라이벌 관계에 있어 왔다. 유럽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해양세력의 맹주 역할은 주로 영국이 맡아왔다. 대륙세력의 맹주는 프랑스가, 때로는 독일이 되기도 했다.
그 최근 ‘버전’은 미국과 소련의 관계다. 해양세력의 대표주자는 말할 것도 없이 미국이다. 대륙세력의 맹주는 소련. 사실 따지고 보면 동서 냉전이라는 것도 전통적인 이 두 세력간의 다툼으로 볼 수도 있다.
동서 냉전사의 뒤안길을 보면 그러나 미·소 양 초강은 사사건건 대립만 한 게 아니다. 이 양 세력이 손이 잡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 첫 번째 가능성은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했을 때였다. 당시 미국의 존슨 행정부는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소련측에 은밀한 제의를 했다. 힘을 합쳐 무력으로 중국의 핵무장을 막자는 것. 소련측이 그 저의를 의심, 거부해 제의는 무산됐다.
미·소 합작 가능성의 제 2라운드는 소련측에 의해 제시됐다. 중·소 분쟁이 날로 격화되자 이번에는 모스크바가 워싱턴측에 중국 견제를 위해 공동 군사조치를 취할 것을 제의한 것. 이번에는 미국측이 힘의 균형을 면밀히 계산한 끝에 거절했다.
이 미국과 소련, 아니 미국과 러시아가 힘을 합칠 태세다. 이슬람 원리주의 과격세력이 공동의 적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체첸 반군이 바로 회교 원리주의 세력이다. 미국이 공적 1호로 규정한 오사마 빈 라덴과 그 옹호세력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도 이슬람 원리주의자. 그들은 이 체첸 반군을 뒤에서 돕고 있다.
이 미국과 러시아의 ‘조인트 벤처’가 과연 성공을 거둘지는 아직 두고 볼일이다. 그러나 앞서 냉전시대의 에피소드는 한가지 중요 포인트를 은연중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그 가능성이 큰 것 같다.
미국과 소련 양측은 라이벌 관계에 있으면서도 비서양 문명권의 대두를 본능적으로 극력 경계했었다는 게 그 시사의 포인트다. 러시아는 더 이상 군사 초강은 아니다. 이빨이 다소 빠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호랑이 같은 존재다. 이런 호랑이와 사자가 힘을 합쳤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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