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러참사 그후, 아랍계+이슬람교도 선수들 가시방석
97년 3월18일, 프로복싱 데뷔전을 KO로 장식한 스무살 청년 오마 셰이카의 꿈은 옹골차고 다부졌다. 세계챔피언. 더이상 사족이 필요없는 확고한 꿈이었다. 데뷔전뒤 4년반동안 그려온 그의 주먹이력은 비록 화려하진 않았지만 한뼘한뼘 ‘그곳’을 향한 전진이었다.
지난해 8월12일 WBO 수퍼미들급 세계타이틀전에서 조 칼자게에 불의의 5회 KO패를 당하며 첫 정상등반에서 ‘낙상’한 그는 지금까지 21승2패14KO. 미국복싱협회(USBA) 1위, IBF 세계랭킹 8위로 여전히 최고봉이 올려다보이는 언저리에 진을 치고 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챔피언 꿈을 불태우며 주먹을 가다듬던 11일, 뉴욕과 워싱턴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테러참사는 셰이카를 링에 오르기도 전에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챔피언은커녕 신변안전을 걱정하며 집안에 틀어박혀 있어야 하는 신세다. 팔레스타인 핏줄 때문에 겪는 수난이다.
"걸어가도 차를 타고 가도 사람들은 온통 차디찬 시선으로 나를 째려보고…물론 사람들이 몹시 격앙돼 있다는 걸 알아요. 그들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링에 오를 때면 아랍어로 쓰여진 커다란 천을 목에 두르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받쳐들어 눈길을 모으곤 했던 독실한 이슬람교도 셰이카는 "아랍인, 이슬람교도라는 이유때문에 모두가 죄인처럼 인식되고 보복위협까지 받는 건 안타깝고 두렵다"며 "테러를 해라 미국인을 죽여라 하는 따위는 코란 어느 구석에도 없으며 이번 참사를 저지른 그들은 아랍인이건 아니건 이슬람교도건 아니건 따질 것 없이 그저 테러리스트일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달중 가질 예정이던 세계타이틀 전초전마저 취소한 채 막연히 형편이 나아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셰이카처럼 이번 비극 이후 가시방석에 올라앉은 아랍계 선수들이 한둘이 아니다.
UCLA 풋볼팀의 라인배커로 활약하는 아우디 아타르도 그중 한명.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남가주로 이주한 그는 이웃이나 클래스메이트 혹은 차안이나 거리의 누군가 해꼬지를 해오지 않을까, 죽은 형을 기려 왼쪽 어깨에 새겨놓은 문신때문에 더욱 오해를 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는 특히 초등학교 5학년때 맞은 91년 걸프전때 학교에서 동네에서 또래들로부터 공연히 온갖 욕설을 듣고 얻어맞은 악몽까지 있어 집밖에도 나가기 싫은 심정이다. USA투데이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대학폿볼 올-아메리칸 쿼터백 자미르 아민(멜노 칼리지) 등 많은 선수들이 단지 생김새나 종교·출신지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