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정상복귀를 간절히 희망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9월11일에 터져나온 대재앙으로 미 전체의 분위기도, 상황도, 사람들의 심리세계도 결정적인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테러로 인해 ‘경제의 수은주’가 급강하했다는 사실이다.
가든그로브에 거주하는 올가 로드리게즈도 정상적인 생활궤도로 진입하지 못한채 불안해하는 미국인 가운데 한명이다. 그녀는 지금 비상식량사재기에 여념이 없다. 전쟁위험이나 후속테러 공포때문이 아니다. 테러참사의 후유증을 증폭시키는 인플레와 대량해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9명의 자녀를 거느린 그녀는 주급 350달러를 받으며 카드박스 공장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언제 해고당할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새옷을 사주려 모아둔 돈을 비상식량을 구입하는데 털어 넣었기 때문에 방학동안 훌쩍 키가 큰 9명의 자녀들은 깡충하게 짧아진 옷을 그대로 입고 다닌다. 젖먹이 딸을 위한 유아용 휴지를 사는 대신 페이퍼 타월에 물을 적셔 사용한다. 남편이 해고되면 밥벌이를 찾을 때까지 사재기한 음식으로 버텨야 할 판이다.
3만명에 대한 해고방침이 결정된 보잉사의 직원들도 불안에 떨고 있다. 테러사건 이후 항공여행 공포증이 만연되면서 탑승률이 30%로 곤두박질치자 항공사들은 9만3,000명을 해고했다. 밥줄이 끊긴 자들은 결코 평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유니버설 놀이공원은 지난주 파트타임 근로자 1,500명의 근무시간을 대폭 축소했고, 디즈니 월드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업계추산에 따르면 테러로 인해 관광업계와 항공업계의 일자리 62만5,000개가 증발할 전망이다. 이들은 모두 테러의 보이지 않는 희생자들이자, 평상을 되찾을수 없는 경제난민들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경찰국과 소방국으로 어린이들의 격려편지가 쇄도하고 있는 것도 ‘정상’이 아니고, 오하이오의 한 놀이공원이 핼로윈 용으로 입구에 전시해두었던 가짜 시체들을 수거한 것도 그렇다. 미용실에 특별한 머리스타일 대신 ‘신이여 미국을 보호하소서’라는 현수막이 걸리거나 차량마다 나부끼는 성조기도 미국이 비정상적인 분위기에 속해 있음을 보여준다.
안팔리는 차를 파느라 이자율 제로의 파이낸싱을 내건 한 자동차 딜러는 "이건 완전히 전시상황"이라고 한숨을 짓는다.
정신상담 전문 간호원인 시애틀의 카린 덴팅거(41)는 "예전보다 너무 바빠졌다"며 "내 경우 직장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도대체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앞선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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