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11시(LA 시간)를 막 지났을 무렵, 매서추세츠주 팍스보로 스테디엄.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 본선대회 진출을 노리는 미국 대표팀은 강호 자메이카를 2대1로 물리치고 경기를 마친 뒤에도 선수단 버스를 향해 발길을 옮기지 못했다.
10게임중 달랑 1게임만 남겨둔 상태에서 5승1무3패(승점 16점). 자메이카전 이전까지 순위는 6팀중 아슬아슬 3위. 본선티켓은 고작 3장. 코스타리카와 온두라스에서 벌어지는 2게임 결과에 따라 미국의 4연속 본선진출 꿈은 무산되거나 기껏해야 최종전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는 처지. 미국 선수단이 승리파티를 잊은 채 초조하게 라커룸과 스테디엄을 서성거린 까닭은 거기에 있었다.
약 3분뒤. 코리스타리카와 멕시코가 득점없이 비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선수단은 일제히 후유∼. 진작 본선행을 확정지은 1위 코스타리카(5승2무1패)가 미국을 승차없이 바싹 뒤쫓는 4위 멕시코(4승1무3패)를 깨주기를 바랐지만 멕시코가 이겨 2위로 올라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다시 1분뒤. 그래도 마음을 놓치 못하는 미국선수단에 복음과 같은 낭보가 들이닥쳤다. 최약체 트리니다드 토바고가 돌풍의 주역 온두라스를 1대0으로 뒤엎었다는 전황보고였다. 2위 온두라스는 그 게임만 잡았다면 최종전 결과에 관계없이 사상최초로 본선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겠지만….
미국축구가 애간장을 다 녹이며 2002년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질풍같은 초반 3연승뒤 승리쌓기에 애를 먹었던 미국은 자메이카전에서 조-맥스 무어가 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보인 데 힘입어 2대1로 승리한 반면 바로앞(온두라스) 바로뒤(멕시코) 경쟁팀들이 승점 다수확에 실패하는 바람에 4연속 본선진출의 행운을 잡았다. 2위로 올라선 미국(승점 16점)은 꼴찌 트리니다드 토바고와의 마지막 게임에서 지더라도 골득실차로 3, 4위를 달리는 온두라스와 멕시코(이상 승점 14점)가 최종전에서 맞붙게 돼 있어 최소한 3위로 본선티켓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아시아 지역예선에서는 중국이 7일 오만을 1대0으로 물리치고 사상최초로 본선진출권을 따냈다. 유고출신의 감독 보라 밀루티노비치는 중국팀 지휘봉을 잡은 지 1년여만에 월드컵 본선행을 이뤄냄으로써 ‘유랑하는 축구명장’으로서의 진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86년 멕시코월드컵때 멕시코를 8강에 올려놓으며 본격적인 축구유랑을 시작한 밀루티노비치는 90년 이탈리아월드컵때는 코스타리카를 16강에 진출시키며 축구계를 경악시키더니 94년 미국월드컵에서는 미국이 강력한 우승후보 콜롬비아를 꺾고 16강에 오르도록 조련했으며 98년 프랑스대회에서는 나이지리아를 16강에 ‘등단’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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