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궜다 식혔다 앉았다 일어섰다
▶ 불펜의 김병현 엿보기
D백스의 2대0 리드속에 8회초. 꼼짝없이 삼진아웃을 당한 선두타자 앤드루 존스가 고개를 떨군 채 터벅터벅 덕아웃으로 물러섰다. 별난 장면도 아니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1차전(16일·피닉스)에서 브레이브스 타자들이 그때까지 보인 풍경은 타석에서 덕아웃 직행, 간신히 맞혀봐야 땅볼 아니면 뜬공이 고작이었다.
랜디 잔슨의 ‘빅유닛 피칭’이 바로 그 다음에 삐끗하리라곤 잔슨 본인도 모르지 않았을까. 버나드 길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130개 이상 던져도 끄덕없는 잔슨은 아직 90개도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한두점차 승부, 게다가 단기시리즈에서 ‘설마는 쥐약’. D백스 투수코치는 주저없이 인터폰을 집어들었다. 불펜으로 연결된 것이었다.
"BK!"
한인 최초 빅리그 PO맨 김병현에게 시동을 걸고 있으란 지시였다. 그 역시 주저없었다. 오버스로 서너개로 자신의 어깨에 허리에 온몸에 ‘때’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린 뒤 곧장 특유의 언더스로 실전피칭에 돌입했다.
와이드 브레이킹 슬라이더, 업슛에다 지난 12일 디비전시리즈 3차전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를 낚아올릴 때 주무기로 써먹었던 싱커….
김병현이 ‘진화 장비’를 하나하나 점검하며 출격명령을 기다리는 사이 잔슨이 레이 산체스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고 하비 로페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바람에 이닝끝.
8회말을 넘어 9회초.
선두타자 마크 데로사 1루앞 땅볼 아웃, 후속타자 마커스 자일스 우익수 파울플라이 아웃으로 주자없는 2사, 마운드엔 여전히 빅유닛. 타석엔 한국무대에서도 퇴물취급을 받고 멕시코리그까지 흘러갔다 되돌아온 이름뿐인 강타자 훌리오 프랑코.
BK잠수함에 내려진 비상대기령이 해제되려는 찰나,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왕년의 수퍼스타 요기 베라의 명언을 실증하는 장면이 빚어졌다. 프랑코의 좌전안타에 이는 칩퍼 존스의 우전안타로 1, 3루.
김병현도 돌연 바빠졌다. 불펜 좌석에서 편안하게 대선배 잔슨의 피날레 피칭을 견학하려던 그는 막 식어가는 다시 어깨를 달구며 불길속에 뛰어들 채비를 갖춰야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불펜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지막 타자 브라이언 조단 삼진아웃. 돌아서면 불났다고 불러세우고 기껏 몸을 달궈놓으면 상황이 호전돼 불러주지 않는, 마무리투수의 고약한 숙명이 김병현의 리그챔피업십 데뷔를 늦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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