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디 잔슨-커트 쉴링의 철벽투톱을 앞세워 팀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리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16일 벌어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1차전에서 ‘빅 유닛’ 잔슨의 눈부신 3안타 셧아웃에 힘입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2대0으로 제압하고 산뜻한 출발을 끊었다.
피닉스 뱅크원 볼팍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잔슨은 9회를 완투하며 브레이브스를 단 3안타 1포볼로 차단하고 삼진 11개를 잡아내는 그림같은 완봉승으로 팀에 첫 승을 안겼다. 잔슨은 이날 승리로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된 악몽같은 포스트시즌 7연패(메이저리그 기록)의 늪에서도 개운하게 탈출, 플레이오프에 약한 투수라는 불명예도 말끔히 씻어냈다. 선발 카운터파트인 브레이브스 그렉 매덕스도 7회까지 산발 6안타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6피트10인치 잔슨의 ‘긴’ 그림자에 가려 빛을 볼 수가 없었다.
잔슨은 이날 총 125개의 투구중 87개를 스트라익존에 꽂는 빼어난 제구력을 앞세워 파워에서 브레이브스 타자들을 철저히 압도했다. 브레이브스는 1회초 2사후 칩퍼 존스가 행운의 3루 내야안타로 진루한 후 연속 20명이 범타로 물러나는 등 9회를 제외하고는 득점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잔슨은 1안타 셧아웃을 눈앞에 둔 9회초 2사후 훌리오 프랭코와 찹퍼 존스에 연속 안타를 맞아 1, 3루의 유일한 위기에 몰렸으나 브라이언 조단을 이날 11번째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걸작품을 완성했다. D백스의 클로저 김병현은 8회부터 불펜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었을 뿐 잔슨의 완봉승은 거의 필연적인 결론이었다.
팀 메이트인 커트 쉴링이 디비전 시리즈에서 2번의 완투승으로 2승을 챙긴데 반해 한번의 등판에서 패전투수가 돼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잔슨은 이날 결심을 단단히 했는지 눈에 불을 켜고 나섰다. 평소 그를 가장 괴롭히던 제구력도 이날만큼은 ‘마운드의 외과의사’라는 매덕스가 울고 갈 정도였다. 1회초 칩퍼 존스의 라인 드라이브가 3루수 글러브에 맞고 떨어져 내야안타로 기록되지 않았다면 노히터도 바라볼 수 있었던 구위였다.
D백스는 1회말 1사후 크렉 카운슬이 안타로 나간 뒤 2루수 실책에 이어 레지 샌더스의 중전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5회에는 2루타로 나간 카운슬을 루이스 곤잘레스가 적시타로 홈에 불러들여 리드를 2대0으로 벌렸다. 이날 잔슨을 상대로 한 브레이브스에게 2점은 이미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이었다. 2차전은 17일 오후 5시15분부터 벌어지며(TV- 채널 11) 탐 글래빈(브레이브스)과 미겔 바티스타(D백스)가 선발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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