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시리즈 진출...이틀연속 세이브
▶ D백스 4승1패 내셔널리그 챔피언
’한국형 잠수함’이 마침내 월드시리즈의 항구에 도착했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22)이 이틀연속 2이닝 ‘완벽투’로 세이브를 기록하며 한인 최초로 팀을 대망의 메이저리그 결승 무대로 끌어올렸다.
하루전 4차전에서 마지막 2이닝을 책임지며 세이브를 올렸던 김병현. 그는 21일 애틀랜타 터너필드에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5차전에서도 8회말 마지막 아웃 6개를 잡아달라는 감독의 지시를 받고 마운드에 올랐다. 이번에는 랜디 잔슨이 백업 1루수 에루비엘 두라소의 5회말 투런홈런에 힘입어 잡아놓은 3대2 리드를 지켜야 했다.
앤드루 존스, 하비 로페스, 데이브 마티네스. 경기내내 6피트10인치 장신투수가 왼손으로 내려꽂는 투구에 적응해야 했던 브레이브스의 타자들은 갑자기 신장이 5피트11인치 밖에 안되는 언더스로우 투수의 오른손에서 솟아오르는 공에 속수무책이었다. 1루 파울볼 아웃. 2루 플라이볼 아웃. 3루 플라이볼 아웃. 단 한명도 내야를 넘기지 못하고 삼자범퇴.
9회말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김병현은 곧 브레이브스의 8번타자 레이 산체스를 삼진으로 잡은 뒤 핀치히터 키스 락하트에 낮은 공 4개로 포볼을 허용했다. 덕아웃에 앉아 있던 잔슨은 일생소원인 월드시리즈 진출의 기회가 눈앞에 가물거리는 장면을 눈뜨고 볼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러나 김병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브레이브스의 톱타자 마커스 자일스는 김병현의 적수가 못됐다. 자일스는 김병현의 위력적인 슬라이더에 꼼짝 못하고 단 3개 투구만에 삼진으로 돌아섰다.
다음타자는 훌리오 프랭코. 김병현이 월드시리즈로 가는 마지막 관문은 공교롭게도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스에서 뛰었다 퇴출된 왕년의 타격왕이었다. 이날 잔슨을 두들겨 4회말 솔로홈런을 포함, 2타점을 올린 프랭코에게는 벼르고 있던 한인투수와의 대결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병현은 초구를 당당히 스타라이크존 한복판에 꽂아 기세를 올린 뒤 제2구로 철문을 내렸다. 프랭코의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의 글러브에 꽂히는 순간 김병현은 동료들의 축하에 휩싸였다.
커트 쉴링과 랜디 잔슨이 2승씩을 올려 브레이브스를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4승1패로 제압한 내셔널리그 챔피언 다이아몬드백스는 곧 라커룸으로 들어가 샴페인을 터뜨리며 창단 4년만에 이룬 월드시리즈 진출의 꿈을 자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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