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농구를 보여주진 못했지만 마이클 조단 그는 분명 농구황제였다. 조단이 이끄는 워싱턴 위저즈와 홈팀 뉴욕 닉스의 개막전에 벌어진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는 이날 공식관중만 1만9,763명이 입추의 여지없이 들어차 40개월동안 보지 못한 ‘코트위의 조단’을 만끽했다. 취재증이 발급된 것만 해도 평소의 4배가량인 600장이나 됐고 일본·프랑스는 물론 전시상황인 이스라엘 기자까지 취재에 열을 올리고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등 여러나라 방송들이 조단복귀전을 실황중계하기도 했다. 왕년의 철권 조 프레이저·코미디언 크리스 록 등 숱한 유명인사들이 관중석에서 조단을 ‘감상’하는가 하면 NHL 스타 마크 메시에는 한창 정규 시즌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간을 쪼개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찾았다. 특히 프레이저는 1쿼터가 끝난 뒤 LL 쿨 J의 ‘Mama Said Knock you out’ 노래가 울려퍼지자 웃도리를 집어던지고 코트로 나가 섀도복싱으로 흥을 돋구기도 했다.
▶빅 이벤트의 감초격인 암표상들이 ‘조단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리도 없었다. 이들은 경기시작 4시간 이전에 벌써 한장당 수천달러로 흥정을 시작, 암표상에서도 조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품목임을 실감케 했다.
▶그러나 경기력 측면에서만 보면 ‘에어’ 돌림자 두 수퍼스타에겐 고역스런 날이었다.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북상 비행한 ‘에어 조단’(마이클 조단·워싱턴 위저즈)는 막판으로 갈수록 안타까운 날개짓만 거듭했고 토론토를 떠나 따뜻한 남쪽 올랜도로 날아간 ‘에어 캐나다’(빈스 카터·토론토 랩터스)는 2쿼터후반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비틀거렸다. 두 에어스타가 제몫을 다하지 못함에 따라 위저즈(뉴욕 닉스에 91대93)와 랩터스(올랜도 매직에 85대114)의 새시즌 마수걸이 승리 꿈도 ‘에어 빠진 타이어’ 꼴이 됐다. 왼쪽 무릎 부상으로 23분밖에 뛰지 못한 카터의 경우 자유투는 7개 모두 명중시켰으나 야투는 14개중 12개가 빗나가는 부진을 보였다. 반면 트레이시 맥그레이디(23득점)와 그랜트 힐(22득점)은 둘이 합쳐 45득점을 올리며 매직의 시즌개막전 최다스코어차 승리를 주도했다.
▶9·11 테러참사의 어두운 그림자는 NBA 코트에도 어김없이 드리웠다. 개막전을 주최하는 각 구단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관중석·라커룸·화장실 등 경기장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지며 안전여부를 거듭 확인하는 한편 관중들에 대해서도 일일이 금속탐지문을 통과한 뒤 다시 휴대용 금속탐지기로 재검하는 등 국제공항을 방불케 하는 삼엄한 경비작전을 펼쳤다. 특히 조단의 복귀전 겸 위저즈-닉스 개막전이 벌어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는 예전처럼 경기직전 선수들을 하나하나 소개하지 않고 양팀 선수들이 한꺼번에 도열해 관중들에게 손 한번 흔드는 것으로 ‘새시즌 개학식’을 대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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