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농아교회 강철해(44, 헌팅턴비치) 전도사와 인터뷰 신청은 말이 아닌 글로만 가능했다. 그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가 첫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 지금은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고 있는 부인 강혜경(43)씨가 중간에서 인터뷰 신청 의사를 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능치 않았다. 그녀도 청각장애인다.
청각장애인 강씨 부부의 삶의 스토리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들은 각각 세살, 다섯살 때 열병과 홍역을 앓은 후유증으로 청각장애인이 됐다. 이는 모든 사람들이 예비장애인이란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말을 듣지 못해 불편한 것은 있지만 구급차 지나가는 소리, 싸우는 소리, 욕하는 소리 등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세상소음 공해에 시달리지 않으니 마음은 언제나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합니다."
이들은 한국 명동 소재 영락교회 농아부에서 만났다. 강 전도사는 "부인을 처음 보는 순간, 반해 버렸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86년 8월 결혼한 이들은 현재 데이빗(14)과 수잔(9) 등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자녀들은 말할 것도 없이 정상인이다.
부인은 "밤에 잠든 아기가 깨어 울 때를 대비, 소리를 진동으로 전해주는 탐지기를 베개 밑에 놓고 잠을 잤다. 아이들이 어린 시절, 이따금 까닭 없이 울 때는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답답한 적이 있었다"며 자녀를 키우던 시절의 어려움을 회상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자녀들의 말 배우기가 조금 늦은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지금은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수화를 습득한 덕분에 이들 가정에는 정감 어린 대화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일반 부부처럼 가끔 부부싸움을 한다고 했다. 손짓(수화)으로 화난 모습을 표현한다고 했다. "무언의 수화가 언성보다 사람의 감정을 덜 상하게 하기 때문인지 쉽게 화해를 합니다."
강 전도사는 79년 미국에 건너와 세계 유일의 농아만을 위한 갈로데 대학(워싱턴 DC 소재)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위티어 소재 미주 장신대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5월말 졸업 예정.
또한 부에나팍 소재 밀알선교단에서 영어 혹은 한국어 수화를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까지 강씨에게 수화를 배운 학생이 100명이 넘는다. 강씨는 오는 4월 중순 이곳에서 새로운 수화 클래스를 시작한다.
부인은 2년 전부터 샌타애나 소재 한인운영 햄버거 샵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매장 정리를 맡고 있는 그녀는 "센스가 있고, 입 모양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어 일하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특수시설이 완비되어 있어 사는데 전혀 불편한 것이 없다"며 "다만 들을 수만 있다면 아이들의 대화와 음악이 정말로 듣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 부부와 인터뷰는 수화를 할 줄 아는 한미장애인교육센터 양한나 소장이 도움을 주었다. 연락처 (714)964-4229(F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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