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보엠’과 ‘나비부인’ 등 짙은 사랑의 슬픔을 오페라로 옮겨온 푸치니의 마지막 작품인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의 베이징을 무대로 삼은 신비한 이국취향과 그간의 작품과는 달리 숭고한 사랑의 승리를 전편에 담고 있어 그의 오페라 결정체로 평가된다.
이 오페라의 원작은 18세기 베니스의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우화중 하나인 ‘투란도테’로 푸치니의 선배 작곡가들에 의해 이미 오페라로 만들어지며 알려졌다. 먼 역사 속 가상의 시공에서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희생, 의지, 사랑 등의 보편적 주제가 푸치니를 매료시켜 오페라를 다시 만들게 했는데 이전 작품들과 달리 길이가 3막으로 줄어들고 사랑의 화신 ‘리우’라는 인물이 새롭게 만들어져 극적 감동이 더해졌다.
한창 작품에 몰입하던 푸치니는 당시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는데 제3막의 피날레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 작품의 종반부에 흐르는 아리아 ‘사랑의 2중창’ 등은 푸치니의 후배인 프랑코 알피노가 만든 곡들로 지금까지 연주되고 있다. 첫 공연은 1926년 라 스칼라에서 토스카니니의 지휘로 이뤄졌는데 이날 토스카니니는 푸치니가 만들어 놓은 부분이 끝나자 지휘봉을 내려놓고 "마에스트로가 작곡한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라며 고인에게 경의를 표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
이번 LA오페라의 공연에 선보이는 새로운 종결부는 이 작품의 저작권자인 리코르디 출판사가 루치아노 베리오에게 의뢰해 다시 만들어져 지난 1월 로얄 콘서트지보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된 것이라 기대가 된다.
’투란도트’의 음악은 푸치니가 바그너의 신비감 흐르는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며 세련된 관현악기법이 동양적 음색과 흔들림 없는 조화를 이뤄 풍부한 선율을 자랑하고 있다. 대단위로 짜여진 관현악이 전해주는 다채로움이 변화무쌍한 화려함과 풍요로운 소리의 바다를 이루는 이 작품의 특징은 각 등장인물의 성격에 맞게 연주 악기를 차별시킨 것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황제’는 금관악기, ‘리우’는 목관과 현악기 등으로 부각해내 성격과 심리를 드러내는 기법이 쓰였다. 안타까운 사랑으로 목숨을 끊는 ‘리우’의 애잔한 아리아로는 ‘나의 말을 들어주오’ ‘사랑은 강한 것’ ‘얼음 같은 공주의 마음도’가 있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1990년 로마 월드컵에서 공식 지정곡으로 쓰였으며 이 월드컵을 기념한 테너 3인 콘서트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이 곡을 불러내 일반인들에게 친숙하다. 이번 공연에서 ‘투란도트’ 역은 소프라노 오드리 스타틀러, 니나 워렌이 ‘칼리프’ 역에는 테너 프랑코 파리나, 이안 드놀포 등 역량 있는 성악가들이 무대에 서며 지휘는 LA오페라의 상임지휘자 켄트 나가노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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