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과 에이전트 등 모든 관계자들이 ‘극비’로 다뤘던 LA 갤럭시의 홍명보 ‘영입작전’이 4일 ‘기습’ 기자회견으로 마침내 막을 내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시치미를 뚝 떼며 모든 사실을 전면 부인해 오다 돌연 기자회견을 열고 계약을 발표했다.
이 같이 뻔히 알면서도 우여곡절과 풀어야할 숙제가 많았던 홍명보의 갤럭시행 스토리는 2002 월드컵이 열렸던 지난 6월에 시작됐다. LA타임스 등 미국 신문에 빨간 옷을 입고 뛰어다니던 한인 축구팬들의 사진이 실리기 시작하면서였다.
그때만 해도 갤럭시의 구단주인 앤슐츠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팀 라이위키 회장은 한국시장에 캄캄한 상태였다. 따라서 LA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국의 월드컵 경기를 관전할 수 있도록 스테이플스 센터를 열어달라는 한인 커뮤니티의 요청에 처음에는 적지 않은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LA 밤길을 수놓는 ‘붉은 악마’의 열기가 더해가자 반 홍보, 반 호기심 차원에서 스테이플스 센터를 공짜로 쓰게 해줬다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나같이 빨간색 옷을 입은 1만8,000여명 한인들이 스테이플스를 꽉 채웠기 때문이다. 흥행이 목적인 갤럭시의 눈에는 ‘붉은 악마’가 돈 색깔인 ‘그린 악마’로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라이위키 회장은 당장 갤럭시에 한국 선수를 세울 것이라는 공개적인 약속을 하고 덕 해밀턴 단장에 ‘흥행카드’를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선택은 의외로 쉬웠다. 아내가 LA출신으로 미국행을 간절히 원하는 홍명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명보는 지난해 2년계약을 맺고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 이적료라는 걸림돌이 남아있었다. 당시 홍명보에 계약금만 6억원을 준 것으로 알려진 포항은 발끈하며 에이전트인 이영중씨가 예상했던 20만달러보다 훨씬 많은 10억을 요구, 협상이 일단 결렬됐었다.
그때 박찬호의 에이전트이기도 한 스티브 김이 뛰어들어 일을 성사시켰다. 스티브 김이 나서 협상과 줄다리기 끝에 합의점을 찾아내 4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발표에 이르렀다. 지난 10월초 뉴욕에 있는 MLS 사무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공식 절차를 밟음과 동시에 MLS와의 문제를 해결했다. 아울러 스티브 김은 MLS와 LA 갤럭시 구단으로부터 한국내 홍명보 경기 중계권 계약에 관한 전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태 기자> clarkent@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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