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
스포츠나 비 스포츠를 막론하고 올해 한인들의 최고 관심사는 단연 2002 한일월드컵이었다. 한국은 물론 미주에서도 한인들은 매일 밤을 꼬박 밝히면서 태극전사들의 경이적인 4강 행진을 지켜보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역사상 그 어느 단일행사도 이처럼 전 국민을 한마음으로 묶으며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가슴 벅차게 실감시켜준 적이 없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전반적인 전망은 조심스런 낙관론과 비관론이 복합된 것이었다. 월드컵 본선 첫 승의 숙원과 16강 진출이라는 과제가운데 첫 번째(1승)는 가능하나 두 번째(16강)는 어렵지 않느냐는 것.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투혼으로 뭉친 한국팀의 비상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대한민국은 거대한 용광로가 됐다. 황선홍과 유상철의 골로 폴란드를 2-0으로 제압하며 가볍게 첫 목표를 넘어선 태극전사들은 미국과의 예선 2차전에서 고전끝에 1-1로 비겼으나 예선 최종전에서 박지성의 통렬한 결승골로 강호 포르투갈을 침몰시키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 당초 세웠던 모든 목표를 이뤄내며 나라 전체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절정에 달한 줄 알았던 ‘코리아 돌풍’은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16강전.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를 맞아 한국은 초반 안정환이 페널티킥을 놓치면서 선취골 찬스를 놓친 뒤 전반 18분 이탈리아의 스트라이커 크리스티안 비에리에 헤딩골을 내줘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는 후반들어 특유의 굳히기 작전을 들고 나왔고 한국의 신데렐라 꿈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투혼의 태극전사들은 끝내 시계추가 자정을 치기 2분전 시계바늘을 멈춰 세우고 기적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에 이어 안정환이 오버타임에서 그야말로 천금의 헤딩 결승골을 뽑아내 거짓말 같은 2-1 역전승을 거둔 것. 세계를 경악시킨 월드컵 역사에 남은 명승부였다. 한국은 여세를 몰아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누르고 어느 누구도 꿈꾸지 못했던 세계 4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비록 ‘전차군단’ 독일에 0-1로 무릎꿇어 결승문턱에서 주저앉았으나 세계에 ‘KOREA’의 저력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