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장 선거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이에 관심 있는 인물들의 출마의사 발표와 추대움직임이 각계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이 과정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한인단체 뿐 아니라 한인회장 선거에 한인들이 회장을 뽑는 일에만 신경을 기울여 오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덕분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반드시 출마하면 당선돼야 한다는 쪽으로 모든 열과 성을 쏟아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면 우리 사회는 당선 후 회장들이 얼마나 역할에 충실하고 또 출마 시 다짐했던 공약을 얼마만큼 실천했는지 평가해보지 않을 수 없다. 수백 개나 되는 한인 단체들은 보면 당선된 회장 대부분이 출마 당시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 것은 내가 얼마나 회원들을 위해 일할까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유지에만 급급한 예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만나면 서로 싸우고 헐뜯고 갈라지곤 한다. 그것도 모자라 또 다른 단체를 만들고 해서 이름만 다르지 기능이 같은 단체들이 즐비하다.
한인들이 개별적으로는 소득이 많은데 단체의 힘은 어느 커뮤니티 보다도 미약하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한인회 뿐 아니라 모든 단체들이 잘못을 알면서도 시정하지 않고 타성에 젖어 회장들을 뽑아온 탓이다. 회장이 되고 나면 당사자에게 축하박수나 치고 임기가 끝나면 또 선거에만 전념한다. 새로 당선된 회장은 전 대에 수고한 사람들에게 감사패 혹은 공로패를 나누어주고 기념사진이나 한 장 찍고 하는 것이 고작이다. 한인단체들은 물론 특히 40만 한인을 대표하는 한인회가 이래서 될 것인가. 타 커뮤니티 처럼 개인은 약해도 단체가 튼튼해야 되는데 우리는 그 반대현상을 낳고 있다.
미국의 강한 저력은 커뮤니티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저력이란 사실 중요한 것이다. 이는 곧 참여의식과 연결되는 것인데 한인들이 참여를 않고 무관심하니까 우리 커뮤니티의 저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나 한인사회가 헛바퀴 도는 이런 상황을 계속해야 하나. 지도자란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무조건 당선됐다고 해서 다 대표가 아니다.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천하는 자만이 대표자의 자질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선거 때는 그렇게 수많은 공약을 내걸고 일단 당선되고 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그 공약을 바람에 날려버리는 그런 사람은 우리가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인 단체의 회장들은 대부분 말만 풍성하고 일단 당선되고 나서는 ‘나 몰라라’가 관행이었다. 출마 시 그들의 공약을 들으면 안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막상 되고 나면 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리고 임기만료 직전에 후임회장 선거나 치르고 그대로 퇴임한다. 특히 한인회란 곳은 정치단체가 아니다. 한인사회 위상과 권익을 대변하고 한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 위해 마련된 봉사기구이다. 그러므로 한인회장은 실제로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관행은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이 임기가 끝나면 그대로 손털고 나가버리는 것이 상례였다. 공약이란 본인이 꼭 지키겠다고 하는 일종의 약속이자 책임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한인회장 자리가 무보수 봉사직이라고 하여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도 그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어왔다.
그러다 보니 다른 후보들도 덩달아 쉽게 공약을 남발, 모두가 회장 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왔다. 공약을 얼마나 실행했는가 묻는 제도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만 치를 것이 아니라 회장들이 임기동안 얼마나 공약을 실천했는가 묻고, 또 그 결과를 동포사회에 알리는 그런 제도는 반드시 우리사회에 필요하다.
미국의 성숙된 민주주의 제도는 유권자들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어김없이 실적을 평가해 훗날 선거에 참작한다. ‘국고를 낭비했다’, ‘세금을 축냈다’ 등등 잘 잘못을 분명히 짚고 넘어간다. 대표자란 자리는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한국의 역대대통령 선거를 보면 처음 출마 때 공약은 모두가 세계에 둘도 없는 나라로 만들 것처럼 화려하다.
그런데 퇴임 때보면 하나같이 주머니에 돈만 집어넣고 주변의 사람들 키우기에만 급급했다. 이런 풍토가 그대로 여기에도 답습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제라도 책임지는 제도를 만들어 이름만 거는 그런 회장은 절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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