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 주대법원 제거 지시에
앨라배마 사법부 수장 불복 선언
앨라배마 주법원 청사에 세워진 십계명비 철거를 둘러싸고 법조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앨라배마 주대법원은 21일 연방법원이 내린 위헌판결에 따라 주법원 청사 내의 십계명비를 신속히 제거하라고 명령했으나, 이를 설치한 로이 무어 주대법원장은 “신을 인정하는 것 역시 헌법이 보장한 개인적 권리”라며 불복을 선언,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연방대법원이 20일 상고기각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주사법부의 수장이 재심을 요구하며 법정명령에 저항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
법조계에 회오리바람을 풀어놓은 이번 사태는 무어 앨라배마 주대법원장이 지난 2001년 10월 주법원 청사 원형 홀에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5,000파운드짜리 십계명비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법정에 드나들다 이를 본 앨라배마 변호사 3명이 연방법원에 위헌소송을 제기했고, 재판을 담당한 마이런 톰슨 연방판사는 지난해 “공공청사 내 십계명비 설치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천명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며 제거명령을 내렸다.
무어 주대법원장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7월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법관 만장일치로 위헌판결을 확인했다. 당시 항소법원은 무어를 민권운동시절 연방법원 명령에도 불구하고 인종분리를 고집한 남부 주지사들에 비교하며 신랄하게 힐책하기까지 했다.
무어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톰슨 판사의 판결을 시행하는 주관리들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톰슨 판사는 20일까지 십계명비가 철거되지 않을 경우 앨라배마주에 하루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경고로 맞섰다.
당황한 앨라배마 주대법원은 21일 이 문제를 심리한 끝에 “톰슨 연방판사의 명령을 즉각 이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날 친족 장례식 참석차 출타 중이었던 무어 주대법원장은 주대법관들이 일단 십계명비가 일반에 보이지 않도록 벽으로 막을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청사로 돌아왔다.
뒤통수를 맞은 무어 대법원장은 연방 대법원에 항고했고 그를 지지하는 시위자들은 십계명비를 지키기 위해 청사 밖에서 촛불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20일에는 20여명이 경찰의 해산명령을 무시해 체포됐다.
무어 대법원장은 20일 연방대법원이 개입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가 하나님을 법의 도덕적 토대로 인정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법원 청사에 십계명비를 지킬 것이라고 맹세했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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