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발표된 부시 대통령의 이민법 개혁안은 많은 한인 불법 체류자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고 있다. 아직 시행령이 나오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합법 거주의 자격을 갖게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이민법 개혁안에 희망을 거는 한인 불체자가 한 둘이 아니다.
‘미국가면 돈이라도 좀 벌겠지’라는 생각에 6년 전 관광비자로 입국한 후 불법체류자가 되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박준표(44·가명)씨도 그 중 한 사람. ‘낭보’에 접한 박씨는 막노동을 하는 자신도 수혜 대상이 될지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고용 증명을 해야 합법체류 신분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이 영 찜찜하다. 그는 미국 땅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정식 고용돼 본 적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아무 일’이나 한다. 아침이 되면 히스패닉 일용 노동자와 나란히 일꾼으로 픽업되길 기다리지만, 일용직 시장의 한인은 오히려 한인 건축업자들로부터도 외면 받는다.
침침한 방 한칸 렌트가 270달러. 전화비와 최소한의 생활비까지 합쳐 400~500달러면 굶지는 않고 한 달을 버틸 수 있지만 공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5년이 넘는 나 홀로 객지생활에 몸도 지쳤는지 이도 썩어 들어가 아래 앞니가 모두 빠져버렸다. 치과에 가서 “나눠 갚을 테니 치료 해달라”고 사정도 해봤지만, 야멸찬 대답만 들었다.
박씨가 ‘고용’ 당하기 위해 두드려 본 곳은 한두 곳이 아니다. 도미 후 잡화를 받아다가 카트에 싣고 돌아다니며 팔다 경찰에 걸려 압수 당했고, 구두닦이를 시작했지만 이미 암묵적으로 정해진 ‘구역’ 때문에 이도 쉽지 않았다. 이같은 처지에 이민변호사나 이민 브로커를 만나본다는 것은 꿈꾸기 어려운 호강.
체류신분 때문에 고용이 안되고, 고용이 안돼 체류신분 변경에 대한 꿈도 꿀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그는 이번 이민법 개혁안에 그만 외톨이로 제외되는 것이 아닌가 우울하다.
부시 대통령의 발표 이후 많은 한인 불체자들이 다시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건져내고 있던 8일 타운에서 만난 그는 우선 일자리를 얻어 집에 송금도 하고 연락도 끊긴 가족도 다시 찾고 싶다는 ‘현실적인 희망’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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