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은 보기 드물게 정직한 작가의 한 사람이었다. 사회주의자였으면서도 스탈린주의를 비롯한 모든 전체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동물을 빗대 공산주의를 풍자한 ‘동물 농장’과 ‘빅 브라더’가 온 국민을 감시하는 어두운 미래를 그린 ‘1984’는 그의 대표작이자 현대 문학의 금자탑이다.
그는 정파를 떠나 모든 형태의 허위 의식을 미워했다. 정치적 이념이나 소신이 강한 인간일수록 자신의 꿈 혹은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진리를 허위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그는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그가 쓴 ‘1984’년에서는 ‘전쟁’이 ‘평화’고 ‘노예제’가 ‘자유’며 ‘진리’는 ‘허위’다.
요즘 한국에서 탄핵 사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공방을 지켜보면 한국의 지식인과 정치인은 정파를 떠나 오웰을 다시 한번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명목상으로 한국은 엄연한 법치국가다. 법치국가란 헌법과 법률이 정한대로 따르는 나라라는 것이 상식인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적법 절차에 따라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사람이 역시 적법절차에 따라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다수당의 횡포로는 부를 수 있을지언정 폭력으로 국법 질서를 파괴하고 권력을 잡는 쿠데타와는 다르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폭력으로 국회 의사 진행을 막은 자들이 이를 계속 ‘쿠데타’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다 정작 군인들이 총칼을 들고 정권을 뒤엎겠다고 나올 때는 무어라 부를지 궁금하다. 진정으로 탄핵이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다면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 낙선 운동을 벌여 합법적으로 모조리 떨어뜨리면 된다.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은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연일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를 ‘문화 행사’라고 우기는 것이다.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정치 집회를 해산하라는 경찰의 요청에 대해 집회 주도자들은 이것은 문화 행사이기 때문에 허가를 받을 필요도 해산할 필요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가 문화 행사라면 자장면 먹는 것은 정치 행위다.
한국에서 촛불 시위 벌이는 것은 그렇다 치고 이제는 LA에서까지 이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촛불 시위 벌이는 것은 좋지만 LAPD한테는 제발 문화 행사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LA 경찰이 한국 사람 모두를 정신이 좀 이상한 것이 아닌가 생각할까 걱정된다.
오웰은 “정치적 언어는 거짓말을 진실처럼 포장하고 살인을 정당화하며 허풍이 탄탄한 토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 작금의 한국 사태는 새삼 오웰의 혜안에 놀라게 한다. 한국민들이 하루 빨리 냉정을 되찾고 허풍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언어로 정치 토론을 벌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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