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 일곱번째 날
8:30AM 기상. 오늘 계획 - 시라큐스까지 가서 몸 상태를 보고 더 갈지 쉴 지 결정한다. 현재 구름 끼고 선선한 날씨. 어제 저녁 그렇게 멀어 보였던 25마일. 오늘 아침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는다.

1:00PM 시라큐스 시티 외곽 도착. 자전거 도로가 따로 없고 차들이 많다. 한국 음식 그리워 한국 식당 나와라 기대하고 가는데 5번웨스트 도로를 따라 가다 오른쪽으로 ‘비원’이라는 식당과 한스(HAN’s) 식품점 발견! (같은 주인 운영) 자전거를 밖에 세우고 식품점으로 들어갔다. 와! 홈런볼, 꿀꽈배기, 매실주스 다 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내 소개를 했다. 멀리
서 오느라 수고했다며 과자와 음료수를 꺼내주신다.

이어 피곤하면 자기네 집에서 하루 묶고 가도 된다고 하신다. 또 옆 한국 식당이 자기가 하는 거라고 전화 해 놓을 테니 가서 한끼 먹으라고 하신다. ‘비원’으로 가서 불고기를 먹었다.

이곳 시라큐스엔 한인 교회 3개, 한국 식당 4개, 식품점 2개가 있고 시라큐스 대학에는 한국 사람이 꽤 있다고 한다. 시라큐스 대학과 다운타운을 둘러보고 여기서 하루 신세 지자. 시라큐스 대학을 향해 달렸다.

혹시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자전거 뒤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고 반가이 먼저 인사하는 이가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그러나 캠퍼스는 아주 조용하고 학생들은 몇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일단 그늘 밑 벤치에 자전거를 세워 놓고 누웠다. 와... 시원하고 편하다. 이때 부자가 되는 기분이다. 우선 눈 좀 부쳐야겠다.

8:00PM - 다시 한스마켓으로. 주인 아주머니의 배려로 하루 묵고 간다. 아주머니는 시라큐스 외곽 차로 10분 거리에 사신다. 아저씨와 같이 일하시고 딸은 고등학생이다. 이 마켓은 시라큐스에서 가장 큰 한국 마켓이다. 보스턴의 어느 큰 식품점만 하다. 보스턴 보다 한인이 훨씬 적은 시라큐스에서 한국 식품점으로 거기까지 오시는 데는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고.

15년전 시라큐스에서 작은 슈퍼 하나를 인수해서 이만큼 키우고 따로 식당까지 하나 내셨다. 집에 도착하니 생선과 닭갈비, 동치미 등등 너무 많이 차려 주셨다.

15년전 미국에 자기가 좋아하는 어떤 것, 취미, 여가 생활을 생각하기에 상황은 너무나 어려웠다고. 부모님이 한국에서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 주시는 나란 사람은 그 돈으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 수 있지만 그 아주머님은 여기 처음 왔을 때 그럴 마음(자기가 하고싶은 것을 하는, 외국에서 한국엔 없다는 것을 즐길)의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아주머니가 하신 ‘사는 게 힘들지.....’ 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자기의 즐거움, 관심사와 상관없이 오늘 하루 계산대 앞에 10시간 이상 서있지 않으면 내일은 어려운 상황..’ 그때가 그랬을 것이다.

딱히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도 여기 없다고 하시는 그 분은 겉은로는 강하고 부지런하게 사셔 그렇게 안보이지만 속으로 조금 쓸쓸해 보이셨다. 교회에는 나가는데 아주 잘 나가는 건 아니라나?

교회는 힘들 때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는 곳이고 또 옆에 있는 사람 붙들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좋은 친구 만나 앞으로는 좀 더 즐거우시길..... 정말 좋은 집, 호텔방 같은 데서 자게 되었는데 그런 것들 때문에 기분이 좋다거나 하진 않는다. 이제는 좀 쉬세요 아주머니.
총 달린 거리 : 60KM, 하루 비용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