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스티브 제라드(가운데)를 비롯한 리버풀 선수들이 우승컵을 치켜들고 환호하고 있다.
0-3 열세 딛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AC밀란에 승부차기로 극적 역전승
기적의 역전드라마였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의 자존심 리버풀이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대명사 AC밀란을 상대로 전반 0-3 열세를 뒤집는 역사적인 역전극을 연출하며 유럽 클럽축구 정상에 올랐다.
25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2004-0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은 후반 9분부터 7분동안 3연속 골을 뽑아내 AC밀란의 전반 3-0 리드를 지워버리고 3-3 동점을 만든 뒤 승부차기에서 폴란드대표팀 골키퍼 예리 두덱의 ‘영웅적인’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3-2로 승리했다. 3골차 열세를 뒤집은 것은 50회를 맞은 이 대회 결승 역사상 최대 역전극. 이로써 리버풀은 지난 1984년이후 처음이자 통산 5번째로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반면 통산 7번째 우승을 노렸던 AC밀란은 3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했을 뿐 아니라 유럽축구 ‘올해의 선수’로 뽑힌 ‘초특급 킬러’ 안드리 셰브첸코가 연장후반 종료 2분을 남기고 연속 두 번의 결정적 득점찬스를 모두 놓쳤고 승부차기에서도 5명의 키커 중 3명이 실패하는 등 악몽같은 불운의 연속으로 손안에 들어온 우승컵을 날리고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AC밀란의 승부차기 5번째 키커인 안드리 셰브첸코(왼쪽)의 페널티킥이 리버풀 골키퍼 예리 두덱의 왼손에 걸리는 순간 리버풀의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 AC밀란은 이날 경기 시작 1분만에 노장 파울로 말디니가 선취골을 뽑고 39분과 43분 밀란의 아르헨티나 출신 스트라이커 에르난 크레스포가 연속골을 뽑아내 3-0으로 앞서가며 우승을 예약한 듯 했다. 하지만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던 승부는 후반 초반 리버풀이 전광석화같은 3연속 골 스퍼트로 AC밀란의 빗장수비(카테나치오)를 풀어헤치면서 순식간에 원점으로 돌아섰다. 후반 9분 주장 스티브 제라드가 헤딩으로 첫 골을 만회한 리버풀은 2분 뒤인 11분 블라드미어 스미체르가 멋진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려 한 골차로 따라간 뒤 이어 4분 뒤인 15분 사비 알론소가 페널티킥에서 골키퍼가 막아낸 리바운드를 차 넣어 전반 3골차의 열세를 단 7분 간격을 두고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후 양팀은 한 골이면 승부의 저울추가 갈리는 긴박한 상황에서 숨막히는 공방전을 펼쳤으나 후반 25분과 연장후반 13분 사실상 골이라고 할 만한 셰브첸코의 결정적인 슛들이 잇달아 호수비와 골키퍼 선방에 걸리며 AC밀란 쪽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결국 연장 후반까지 이어진 격전에도 불구, 더 이상 골을 추가하지 못한 양팀은 ‘러시안 룰렛’같은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황선홍과 유상철에게 연속골을 내줬던 두덱이 이번에는 ‘리버풀의 영웅’으로 부활했다. 양팔을 쭉 펴고 흔들며 좌우로 이리저리 움직여 상대 키커를 교란한 두덱에게 흔들렸는지 AC밀란의 첫 키커 세르지뉴는 볼을 하늘높이 날려버렸고 2번째 키커 안드레아 피릴로의 킥은 두덱의 오른손에 걸렸다. 첫 4명씩이 킥을 마친 뒤 스코어는 리버풀이 3-2로 앞섰고 AC밀란의 5번째 키커인 셰브첸코의 킥이 두덱의 왼손에 걸리며 역사적인 명승부는 역사적인 역전극으로 막을 내렸
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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