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직전 한국축구를 수렁에서 구해낸 천금의 동점골을 터뜨린 박주영이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연합>
코리아 축구의 뉴호프
우즈벡전 천금 동점골
월드컵 지역예선 A조
한국 2승1무1패 2위
‘불세출의 축구천재’란 표현이 헛된 말이 아니었다. ‘한국축구의 뉴 호프’ 박주영(19)이 생애 A매치 데뷔전에서 경기 종료직전 예리한 칼날처럼 번뜩이는 ‘킬러’ 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준 천금의 동점골을 터뜨려 절대절명의 위기에 몰린 본프레레호를 구해냈다.
박주영은 3일 오전 6시(LA시간)부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벌어진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최종예선 A조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경기에서 0-1로 뒤져 패색이 짙던 후반 45분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정경호의 패스를 받아 전광석화같은 논스탑 오른발슛을 터뜨려 우즈베키스탄 골 네트를 출렁이며 한국축구를 패배의 수렁에서 건져 올렸다. 시종 답답한 졸전 끝에 패배의 나락에 떨어질 듯 했던 한국(2승1무1패·승점 7)은 박주영의 감각적인 한 방에 힘입어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점 1점을 보탰고 비록 쿠웨이트를 3-0으로 완파한 사우디 아라비아(승점 8·2승2무)에 조 선두자리를 빼앗겼으나 조 3위 쿠웨이트(승점 4·1승1무2패)와의 격차를 3점으로 벌려 오는 8일 쿠웨이트 원정에서 비기기만 해도 최소한 조 2위로 독일행 티켓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3면에 계속·김동우 기자>
벼랑 끝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경기였다. 원정경기라는 점 외에도 체감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과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경기장 잔디사정 등 여러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임한 한국은 초반 수비진의 조직력이 흔들리며 주도권을 빼앗겼고 미드필드에서 패스가 자주 끊겨 공격의 리듬을 잡지 못한 채 시종 어려운 경기를 했다. 고전 끝에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잇단 위기를 골키퍼 이운재의 선방으로 넘긴 뒤 후반 10분 박주영이 차두리와의 절묘한 2대1 패스로 왼쪽을 돌파, 멋진 논스탑 슛으로 상대 골네트를 흔들었으나 반대쪽에 서있던 안정환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아 선제골이 무산됐고 8분 뒤인 18분 우크라이나리그 득점왕 출신이 막심 샤츠키흐에게 선제골을 내줘 살얼음판을 걷는 고행의 길로 접어들었다. 미드필드에서 올라온 볼을 오른쪽 수비수 박동혁이 뒤로 빠뜨리자 뛰어들던 샤츠키흐는 뛰쳐나오는 이운재를 넘기는 절묘한 로빙슛으로 한국의 골문을 연 것.
이후 한국은 안정환을 이동국으로, 차두리를 정경호로 교체하고 박주영을 이동국과 투톱으로 전진 배치해 총 반격에 나섰으나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그대로 주저앉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박주영이 있었다.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종료 직전 박주영은 딱 한 번 찾아온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 왼쪽을 돌파한 정경호가 패스한 볼을 받은 김두현의 슛이 오른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가려는 것을 정경호가 다시 문전으로 찔러줬고 박주영은 전광석화같은 논스탑 오른발 슛으로 우즈베키스탄의 골네트를 갈랐다. 한국 축구사에 ‘박주영’이라는 새로운 신화가 시작됐음을 선언한 골이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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