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먼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 이해는 하지만
장기를 이식해야 하는데 기증할 사람을 기다리는 일에 지치다 못해 인터넷으로 찾아 나서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장기 수요가 폭증하고 인터넷에 이용 인구도 증가함에 따라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자기 이야기를 올려 놓거나 대화방에서 탄원을 해 기증자를 끌어 들이는 것이다.
가슴아픈 환자 스토리 올려
네티즌 동정심 직접 호소
기존 ‘장기 분배 순서’무시
자칫 돈많고 인터넷에 밝은
계층만 혜택 보게될 우려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전국적으로 논란이 거세어가는 가운데 지지자들은 인터넷에서 맞는 장기를 찾은 사람들이 생명을 구하고 있으며 그렇게 해서 기증자를 찾을 확률을 높이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주로 익명의 기증자에 의지해온 현재 시스템을 거부하는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장기를 받을 사람에 대해 알게 됨으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기증할 마음을 먹게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개개인의 이야기를 공개해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통계를 읽거나 그저 무명으로 기증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하는 이르마 우다드는 뉴욕주 올바니에서 LinkForLifeCampaign.com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그렇지 않았으면 장기를 주지 않았을 많은 사람들이 기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장기 기증및 배분 체제를 골병들게 하는 일로 돈 많고, 인터넷에도 밝고,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 가장 귀여운 용모를 가진 사람들이 더 아프지만 가난하고, 자원도 없고, 동정심을 유발한 이야기도, 잘 생긴 외모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제치고 귀한 장기를 먼저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그로 인해 인종이나 종교적 차별이 자행되고 나아가 장기의 불법 거래까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장기 이식이 필요한 이로 명단에 올라있는 미국인의 숫자는 9만명에 이르는데 대부분은 신장과 간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그저 기다리다가 죽어가는 실정이다. 익명의 시신에서 거두어낸 장기를 배분하는 UNOS 시스템 하에서 생명을 건지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므로 신장 한쪽이나 간 또는 폐의 일부를 기꺼이 나눠 주겠다는 살아있는 기증자를 찾아 나서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생존 기증자는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아니면 교회나 학교 직장을 통해 장기가 필요하다는 호소를 듣고 그에 반응하는 사람들인데 어떤 환자는 신문에 광고를 내기도 하고 동네에 전단지를 살포하거나 빌보드를 세우기도 한다. 그런 추세를 인터넷이 급격 확충시킨 것인데 인터넷 덕분에 갑자기 장기 기증및 이식 기회가 늘어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무도 불이익이나 착취를 당하지 않을 공평한 방법을 찾아낼 필요성 역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얼마나 많은 환자가 인터넷을 통해 장기를 찾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MichaelNeedsALiver.com, BabyMarkJr.com, HelpMyGrandpa.com 처럼 개인 신상을 시시콜콜 털어 놓으면서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환자 개인의 웹페이지 이외에 몇개 사이트는 이타적인 기증자와 수혜후보자들이 서로 만나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생존 기증자와 수혜자가 서로 매치되는지 여부를 가려볼 전국 규모의 조정 방법이 없는데 인터넷 덕분에 갑자기 그런 장을 제공할 기회를 갖게 됐다”고 애틀랜타에서 LivingDonorsOnline.org를 운영하는 마이클 머피는 말한다.
매릴랜드주 크로프튼에 사는 연방 재무부 직원 클락 그리피스(49)는 손상된 신장을 가지고 태어나 투석을 하면 일주일에 사흘동안 몸이 떨리고 머리가 깨지듯 아픈 것은 고사하고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두려워하고 있다. 이혼해 14세난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그로서는 다른 환자들이 장기 이식 순서를 기다리다 죽어가는 것이 남의 일이 아니라 작년 11월부터 MatchingDonors.com이라는 사이트에 자기 사연을 올려 놓고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무제한 접속에 595달러, 한달에 295달러라는 사용료를 받으므로 그 어느 사이트보다 관심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를 만든 사람은 사용료 수입은 모두 사이트 유지에 들어가며 형편이 여의치 않는 사람에게는 사용료를 면제해준다고 말하는데 사용료를 받건 안 받건간에 이러한 추세는 가장 아픈 사람에게 가장 먼저 장기를 이식을 보장해주는 현재의 시스템에 정면 위배되는 일이라고 윤리학자및 이식전문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의 장기 배분 체제가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공정하게 집행하기 위해 많은 생각과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다”고 말하는 스탠포드대학의 생물윤리학자 데이빗 매그너스는 “일단 사람들이 인터넷 인기 경연대회 같은 방법을 통해 제멋대로 새치기를 하도록 허락하면 정의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한다. 더 부유하고 교육도 더 많이 받아 컴퓨터도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이 유리해지고, 기증자가 수혜자를 지정하면서 특정 인종이나 종교 집단에 대한 차별 발생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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