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취재는 재미있다. 대통령 선거부터 동네 반장선거에 이르기까지 가끔식 흥분의 짜릿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극적인 순위 반전이나 예상밖 이변 때문이다.
지난 2002년 한국의 대선도 관전자들이 짜릿함을 즐겼던 경우이다. 선거본선을 불과 네달여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야당후보는 거의 ‘더블스코어’로 여당의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상에 젊은 유권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여당후보 지지 동영상들이 나돌면서 서서히 반전의 싹이 서서히 움트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대선 드라마’의 극적인 반전은 여당후보와 ‘제3의 후보’간의 후보단일화 합의이었다. 아니 합의보다도 선거 하루전 일방적으로 공표된 ‘제3 후보’ 측의 합의 파기선언이 더 극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최고 클라이맥스는 선거결과이었다. 하루밤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끝에 미디어 선거책임자마저 포기한 선거를 여당후보는 끝내 승리했던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아마 각본에 의한 드라마도 이보다 더 짜릿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그러나 이 같은 ‘반전 드라마’는 이번 텍사스주 예비선거(Primary Election)는 없었다. 다들 예상한 대로 현직의 ‘프리미엄’을 릭 페리 주지사는 충분히 누렸고 선출 판사직에 도전한 아시아계 후보들은 마이너리티 득표력의 한계를 노정하며 줄줄이 낙선했다.
이변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선거결과 뿐만이 아니다. 한인등 소수계 커뮤니티의 고질적으로 저조한 선거참여 관행도 여전했다. (바로 옆의 기사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9일 현재 인종별로 집계된 투표율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달라스 카운티 공화당 청년당원협의회의 키 닌 사무국장은 한인들의 투표율을 1%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계인 닌 국장은 자신의 커뮤니티도 통상 투표율 2.5%를 상회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이번 선거가 관심도가 떨어지는 중간선거라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보자. 그렇다 할지라도 주류언론이 추산하는 이번 선거의 전체 투표율 13%에 비해 소수계들의 저조한 선거참여는 너무나 확연하다.
한인들의 선거 무관심은 다분히 ‘생계형’이 많다. 왜 투표를 하지 않는가에 대해 대다수의 한인들은 먹고 살기도 바쁜데...라고 답한다고 한다. 이런 태도는 투표권이 없는 영주권자나 투표권이 있는 시민권자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때문에 한인들의 경제와 교육 수준은 주류 백인들에 버금가지만 정치적으로는 힘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생계형’ 무관심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체념형’ 무관심이란 지적도 있다. 어치피 늦게 이민 온 우리네들은 이 사회의 영원한 손님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회 정체적 체념이 무관심으로 연결된 경우를 말한다.
1%의 투표율로는 1%의 기득권밖에 주장하지 못한다. 중국의 마오쩌뚱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미국에서의 권력은 투표에서 나온다. 이 사실은 깨달아야 한인들은 ‘영원한 주변인’ 신세를 면할 수 있다.
<김영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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