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자녀들을 돌보고 가사에 전념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일터에 나가는 것이 나을까? 요모조모 잘 따지는 어머니들이라도 이 문제에 봉착하면 여간 고민되는 게 아니다. 자녀를 생각하면 집에서 차분하게 전업주부 역할을 하는 게 나을 성싶고, 가계를 생각하면 얼마라도 벌어 재정적으로 보태는 게 나을 성싶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가정이야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지만 상당수 어머니들에게는 매일매일 머리에 맴도는 이슈가 아닐 수 없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호에서 이 고민을 다뤘다.
아이들 생각하면 집에 있어야겠고…
가정형편 생각하면 일 나가야겠고…
24세 미만·고교졸업자들 전업주부 많고
24세 이상·교육수준 높을수록 취업 많아
학생자녀 둔 여성 75%, 12세 이상 땐 80% 일해
젊은 부부들, 가사와 직장 양분 대신 ‘공조체제’ 선호
사우스다코타 레피드시티에 사는 스테이시 파렌트(26)는 ‘가정’과 ‘일’의 선택에서 그다지 옵션이 많지 않았다. 4년 전 첫 아이를 낳은 스테이시는 자동차 수리공인 남편과 마주앉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녀가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직장에서는 시간당 약 7달러를 지급한다.
이 액수는 아이를 맡기는 데이케어 비용과 출퇴근에 드는 개스비도 겨우 충당할 정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스테이시는 전업주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4인 가족이 한 사람의 벌이에 의존하기란 쉽지 않다. 스테이시는 내년에 아이들이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대학에 등록해 공부를 한 뒤 보다 나은 일자리를 구할 계획이다.
내달 출간될 ‘Mommy Wars’가 이러한 주제에 다시 논쟁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류작가, 여성 언론인 27명의 글을 모은 책이다. 전업주부이든 직장여성이든 어머니로서 겪게 되는 고민과 어머니들이 거쳐야 할 삶을 다루고 있다.
직장여성들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 온 경제학자와 사회학자들은 이 책이 중요한 현실을 오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자녀를 키우는 대다수 여성들이 동시에 직장을 다니고 있다는 현실 말이다. 이 이슈가 반드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나친 도식화와 단순화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불만이다.
연방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가정주부는 24세 미만이고 고교졸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보다 나이가 많고 교육수준이 높은 어머니일수록 직장생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고 여성들이 자녀양육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영원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여성의 75%가 일을 하고 있거나 찾고 있다. 자녀가 12세 이상이 되면 이 비율이 80%로 올라간다. 뉴욕대학의 사회학 교수 캐서린 거슨은 현재의 경제 여건이 대다수 여성들을 일터로 내몰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에서 일하는 어머니는 1970, 1980년대 급증했다. 2000년엔 73%에 도달했다. 그 이후 약 1.6%가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판도의 변화를 의미하는 수준은 아니다. 워싱턴 DC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의 히더 부시 박사는 “일하는 어머니의 수가 줄어들긴 했지만 이는 남자와 자녀 없는 여성 노동자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 현상”이라며 노동시장이 빡빡해진 것이지 직장 어머니들이 자녀양육을 위해 가정으로 돌아간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젊은 부부들은 가사와 직장 일을 양분하지 않는다. ‘Marriage, a History’의 저자 스테파니 쿤츠는 “이들은 일하는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목도했다”면서 “이들은 서로 경제적으로 가계에 도움을 주어야 하고 동시에 자녀양육 문제에서도 서로 힘을 보태는 것이 현명하다는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대가 변한 것을 직시하고 있다. ‘Mommy Wars’의 공저자인 전업주부 9명 가운데 벌써 3명이 일터로 나간 사실이 이러한 변화된 경제상황을 대변하고 있다.
일리노이 콘스빌에 사는 안젤라 딕슨(31)은 전업주부다. 그리고 자신의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안젤라조차도 “자녀들을 돌보는 전업주부라는 게 항상 선택옵션은 아니다”고 말했다. 변호사 보조원인 안젤라와 트럭운전사인 남편은 안젤라가 두 자녀의 양육에만 전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안젤라는 5년 동안 해온 변호사 보조원 일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만일 남편에게 무슨 변고가 생기거나 더 이상 운전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안젤라는 다시 일터로 나갈 각오가 서 있다. 안젤라는 “나는 변호사 보조업무에 익숙하다.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안젤라는 지금은 구직대열에 서 있지 않다. 그녀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말했다. 자녀양육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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