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세미나에서 참가자들이 기조 연설자의 주제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경청하고 있다. <신효섭 기자>
동양여성보건협 ‘가정폭력’세미나
참고 넘기면 제2 제3 폭력 악순환
아시아계 이민여성 자살률도 높아
한인 여성의 열 명 중 세 명은 남편이 때려도 참고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동양계 이민 여성들의 자살율이 타 인종에 비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생활 환경 적응에서 오는 어려움이 주요 원인이었다.
5일 LA다운타운 빌트모어 호텔에서 전국동양여성보건협회(National Asia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주최로 열린 ‘침묵에서 깨어나자-동양계 이민 여성들의 가정폭력 예방 세미나’에서 주제 연설자로 나선 매리앤 R. 요시오카 컬럼비아대학 부교수는 매맞는 한인 여성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요시오카 부교수는 “개인적 가치보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동양 문화는 여성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때문에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 폭행을 당해도 묵인하고 이는 다시 제2 제3의 가정폭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거듭된다”고 지적했다.
요시오카 부교수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인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만약 당신이 가정 폭력 피해를 입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0%가 ‘그냥 참는다’라고 답했다. 이는 자신만 참으면 더 이상의 가족 내 불화를 막을 수 있다는 전통적 통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날 패널들은 최근 한인사회의 어두운 면면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가족간 살인사건들이 가정폭력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양계 이민 여성들의 높은 자살률에 대한 내용도 이날 함께 언급됐다. 요시오카 부교수는 “이민을 온 여성들 중 젊고 직업이 없으며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경험이 많을수록 자살 비율이 높았다”면서 “특히 배우자를 포함한 친족에게 가정 폭력을 입은 여성의 23%가 실제로 자살 시도를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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