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어느 날. 월스트릿 저널의 오피니언 페이지에 다소 이색적인 칼럼이 실렸다.
그 칼럼은 필자가 한 명이 아니었다. 무려 16명의 이름이 나란히 명기돼 있었다. 그 면면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국제적인 인권운동가에, 전 미 CIA 국장에 등 이름 세자만 대면 알만한 인물들이 망라돼 있었기 때문이다.
칼럼 제목은 ‘헬싱키에서 평양으로’-. 내용은 북한 정책에 있어 미국이 취해야 할 모델로서 헬싱키 모델을 적극 제시했다.
헬싱키 모델은 1975년 서방 진영과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이 체결한 헬싱키 협정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련의 동유럽 지배를 인정한 게 헬싱키 협정이다. 그러나 조건이 있었다. 소련과 동유럽의 인권개선 요구다.
언뜻 보면 소련의 요구를 다 들어준 협정같이 보인다. 그러나 그 인권조항이 소련측에서 볼 때 결국은 문제가 됐다. 소련체제 내부 붕괴의 발판이 됐기 때문이다.
16명의 필자들은 칼럼을 통해 말하자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핵무기 개발 포기만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와 국경 일부 개방 등 인권옹호 정책을 요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이 칼럼은 그러나 곧 잊혀진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미 의회에 북한 인권법이 상정됐다. 논란이 들끓었다. 특히 북한이 길길이 날뛰었다. 한국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달빛인지, 햇볕인지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그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그리고 상원도 통과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하원안 보다 오히려 더 강화돼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강화된 점은 두 가지다. 하나가 바로 헬싱키 모델이 북한 정책에 있어 취해야 할 모델로 제시된 것. 두 번째는 북한 인권에 관한 대통령 특사 자리를 신설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그리고 1년 반 정도가 지나면서 탈북자 문제가 미국의 초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이 잇달아 탈북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탈북자, 그것도 한국을 거쳐 온 탈북자에 대한 정치적 망명이 허용됐다.
행정, 입법, 사법 미국의 3부가 탈북자 문제에 공히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게 신호인가. 이번에는 6명의 탈북자가 미국에 들어왔다. 탈북자 미 입국 러시사태를 예고하면서.
이 사태 후에 오는 건 그러면 뭘까. “김정일 체제의 붕괴다.” ‘헬싱키에서 평양으로’의 대표필자인 마이클 호로위츠의 말이다. 그 시기를 그는 상당히 가까운 장래로 보고 있다.
탈북자 미 입국 러시는 탈북 엑소도스를 불러온다. 이는 북한 내 엘리트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모종의 행동에 돌입케 해 결국은 내부 붕괴로 이어진다. ‘그 때’가 멀지 않다는 거다.
맞는 전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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