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아파트 앞 구두 수선소 작은 의자에 앉아 구두 고치는 걸 구경할 때 수선소 아저씨가 말하네 글쎄 언젠가 교수님 지나가는 걸 보고 어떤 손님에게 저 분이 알아주는 대학 교수라고 했더니 그분 말씀이 교수 같지 않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말했죠 아닙니다 알아주는 대학 교수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아주 소박하신 분입니다 그래요? 난 웃으며 말했지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교수가 도무지 왜소하고 품위가 없잖아요? 여기 앉아 저쪽으로 걸어가는 나를 본다면 나도 그럴 겁니다 난 나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
누군가가 처음 본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고 평가한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속사람 보다는 보이는 겉모습만 가지고 말하겠지. 단골 고객인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알고 있는 구두 수선공은 이미 나를 알아버린 연후이니 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겠고. 내가 나 자신이 걸어가는 모습을 본다 해도 나를 본적이 없는 나 역시 내 겉모습만 가지고 나를 평가할 테니 내가 나를 볼 수 없는 게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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