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피라미드다. 그리스 하면 파르테논, 로마 하면 콜러시엄이 생각난다. 중국의 상징이 자금성과 만리장성이라면 인도는 타지마할이다.
이들 각 문명을 대표하는 것이 모두 건축물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든 문명은 자신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각인 해 영구히 남기고 싶어한다. 그 가장 좋은 수단이 건축물이다. 인간이 만든 어떤 물건보다 크고 오래 가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중세와 근대에 있어 제일 규모가 웅장하고 멋진 건물이 성당과 궁전이었다는 사실은 그 사회의 중심이 어디 있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18세기 산업 혁명 이후 유럽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은 단연 오피스빌딩, 그 중에서도 마천루다. 좁은 도심의 공간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아있는 고층 빌딩은 현대인의 자신감과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근원을 엿볼 수 있게 한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미국 각지에 세워진 크라이슬러 빌딩,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월드 트레이드 센터, 시어스 타워 등은 모두 한 때 세계 최고의 빌딩이자 번영하는 미국의 상징이었다.
현재 세계 10대 고층 빌딩 중 1위가 대만의 타이페이 101, 2, 3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쌍둥이 타워, 4위 시카고 시어스 타워, 5위 샹하이 진 마오 빌딩, 6위 홍콩 파이낸스 센터 빌딩, 7위 중국 광주 시틱 플라자, 8위 중국 셴젠 션힝 스퀘어, 9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10위 홍콩 센트럴 플라자라는 사실은 21세기 세계 경제의 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9/11 테러 5주년을 앞두고 새 월드 트레이드 센터 개발업자 측은 7일 옛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자리에 세워질 프리덤 타워 옆에 지을 3개의 마천루 디자인을 공개했다. 프리덤 타워와 타워 2, 3, 4로 명명된 이들 건물이 완공되면 뉴욕 맨해튼의 스카이라인은 또 한번 새롭게 뒤바뀌게 된다. 이 외에 다섯 번째 빌딩 타워 5의 디자인도 완성 단계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를 압도할 건물은 단연 프리덤 타워다.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1776년을 기념, 세계 최고인 1,776 피트 높이로 세워질 이 건물은 지난 4월 공사에 들어가 오는 2011년 완공될 예정이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새 것을 창조하려는 본능과 남이 만든 것을 부수고자 하는 본능이 동시에 존재한다. 인류가 지금 이만한 문명을 이뤄 살고 있는 것은 야만과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미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산업화와 현대화, 인간의 자유와 능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9/11 테러리스트들이 이를 타겟으로 삼은 이유가 그 때문이었음은 물론이다. 새로 세워질 프리덤 타워는 단순한 오피스 빌딩이 아니라 야만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의의 표현이기도 한다.
지금은 사라진 월드 트레이드 센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뉴욕시의 야경은 칸딘스키의 추상화를 능가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프리덤 타워 꼭대기에서 뉴욕을 조망할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다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