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해결될 일이 법정으로
그 소식을 들은 건 3월 초였습니다. 그러나 기사화하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어르신들답게 해결하시기를 바랐고 또 그러시리라 믿(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달이 다 되도록 희소식은 없고 궂은 소식만 들려왔습니다.
이야기는 2월 하순으로 거슬러올라갑니다. 샌프란시스코한미노인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한국노인회와의 24년 딴살림을 청산하고 대통합의 희소식을 전해준 바로 그곳입니다.
무슨 일로 김00 전 회장과 조00 현 부회장 사이에 다툼이 있었답니다. 그러다 김 전 회장이 홧김에 조 부회장을 밀쳤습니다. 80대 중반인 조 부회장은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어르신들 열댓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이 사단으로 조 부회장은 엉덩뼈에 금이 가는 등 자못 크게 다쳤습니다.
곁에 계신 어르신들, 그리고 나중에 그 소식을 들은 어르신들 몇분이 중재에 나섰습니다. 다른 건 다 몰라도 김 전 회장이 13살이나 위인 조 부회장에게 손찌검을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고 조용히 마무리짓자는 것이었습니다.
김 전 회장은 거부했습니다. 사과는커녕, 조 부회장과 그 가족들을 되레 화나게 할 언사를 하는 바람에 일이 더 꼬이게 됐답니다. 사건은 결국 고소로 이어졌고 지난달에 1차 공판까지 있었습니다. 거기서도 김 전 회장의 사과 내지 김-조 두 어르신의 화해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법정에서 본안과 관계없는 발언으로 조 부회장을 비난해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이 바람에 조용한 해결의 한가닥 희망을 여전히 쥐고 있던 주위분들이 두 손을 들게 됐습니다.
이제는 이 일에 끼어드는 사람조차 드물어졌습니다. 할래야 할 수 없다고 판단된 때문입니다. ‘법대로 처리’만 남은 형국입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냐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 한인사회 어르신이 사소하다면 사소하달 수 있는 언쟁을 벌이다 완력을 행사하고, 또 법정에서 아들딸 같은 판사나 배심원 앞에서 저울질을 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안타깝다는 반응들입니다.
그러나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다운 해결의 길은 여전히 열려있습니다. 큰 대가를 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 첫걸음은 미안하단 말 한마디, 그것인 듯 싶습니다.
누군가 넋두리처럼 말했습니다. 칠십 넘게 살아오시면서 잘못이 있어도 미안하다, 잘못이 없어도 미안하다, 수없이 해 이골이 났을 그 한마디를, 꼭 필요한 이 마당에는 왜 못하겠다는 것인지, 그래서 일을 결국 이렇게 꼬이게 만드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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