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온라인 책방들 ‘직격탄’
연방우정국이 지난달 ‘중대결정’을 내렸다. 일반인들에겐 별로 감이 오지 않는 말이지만 온라인 책방 주인들에게는 치명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외로 나가는 주문을 선적할 수 없다는 결정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특히 영세한 중소규모의 온라인 서점들은 울상이다. 우정국은 개인이 선편을 이용해 물품을 해외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5월 중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배편으로 물건을 해외로 보낼 경우 비행기로 우송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싸다. 약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해외로 물건을 보내야 하겠고 비용은 최소화해야 하는 중소 온라인 서점들로서는 배편은 그야말로 일종의 생명줄이다.
<온라인 책방 프렌치보로북스 닷컴(FrenchboroBooks.com) 오너인 롭 스튜어트는 해외 우송하는 물건이 전체의 25%에 달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 책방이 있는 메인 주에서 해외로 나가는 물건을 실어 나르던 화물선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연방우정국의 결정으로 비즈니스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걱정했다>
우정국 “사용자 2.7% 불과… 물류 효율성 저하”
해외주문 의존도 25%인 전국 8,000여 서점들 시름
특히 번역본·희귀서적 취급업체들 ‘발등에 불’
해외의존도 낮고 대량우송으로 할인혜택 받는
아마존 닷컴·이베이 등 대형서점은 별 문제 없어
지금껏 온라인을 통해 책을 주문해 온 해외 독자들 덕에 수지를 맞춰 온 온라인 서점들은 우정국의 이번 결정에 따라 새로운 활로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마땅한 방도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규모가 작은 온라인 서점들은 끌탕을 하고 있지만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느긋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정국의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 닷컴(Amazon. com)과 같은 대형 온라인 서점들은 해외 수출량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소형 온라인 서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외 우송물량이 많아 우송료 할인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대형 서점과 달리 수많은 서점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상당수는 중고서적이나 희귀본을 취급하고 있는데 이들은 해외 독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 이번 결정에 직격탄을 맞았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희귀서적들과 고서들을 전문으로 다루는 프렌치보로북스 닷컴(Frenchboro Books.com)의 대표 롭 스튜어트는 “우송료가 책값보다 비싸지 않더라도 책값 수준과 맞먹는다면 더 이상 해외 우송은 비즈니스로서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형국이니 장사를 계속할 수 없는 것이다. 메인주 프렌치보로에 자리한 프렌치보로북스 닷컴이 해외고객에게 판매하는 물량은 전체의 25%나 된다.
우정국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 물품우송 방법이 점차 항공편으로 전환되면서 배편의 효과가 크게 떨어졌다. 전체 물량의 2.7%에 불과하다. 거의 대부분 비행기로 물품을 우송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용자가 적으니 네트웍이 취약해지고 한번 우송 때 드는 물류비용은 올라가게 마련이다. 우정국이 배편을 통한 해외우송을 중단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프렌치보로북스의 스튜어트는 “잔인한 현실이 나 자신뿐 아니라 전체 커뮤티니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메인주 북동부 해안 8마일 지점에 있는 섬 프렌치보로의 주민은 75명이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 우편배달 서비스가 유지되는 것은 바로 프렌치보로북스 닷컴 덕이다. 이 섬의 행정위원이기도 한 스튜어트는 “이 섬의 우편 서비스가 위협 받는다면 파트타임 직원들도 해고해야 할지 모른다”고 염려했다. 스튜어트는 “우리는 이미 우정국으로부터 할인혜택을 받고 있는 아마존 닷컴, 이베이 등 대형 온라인 서점과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영세 온라인 서점들이 대형 서점들에 의해 밀려 설 땅을 점점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정국 대변인 이본 예거는 “중소 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파악해 이들과 적절한 우송 협약을 맺을 구상을 갖고 있다”며 이들을 안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시애틀의 애런델북스(Arundel Books)의 대표 필립 베비스는 우정국의 이러한 약속을 믿지 않는다. 그는 “영세업자들에게 혜택이 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저 당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기만책이라고 비난했다.
에이브북스(AbeBooks) 북미 판매본부장 조던 고든은 온라인으로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약 8,000개이며 이들 서점의 매출은 20%가 해외독자에 의존하고 있어 “이들이 휘청거릴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희귀본을 취급하는 서점의 앞날은 더욱 어둡다. 다빈치 코드와 같은 베스트셀러는 여러 나라 말로 번역이 돼 누구든 자국에서 손쉽게 사 볼 수 있지만, 많은 책들은 그렇지 못하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독자 가운데 이러한 서적만을 찾는 사람이 있어 이들에게 해외 우송을 해야 하는데 비용이 증가하면 우송할 수 없으니 서점 문을 닫아야할 지도 모른다.
프렌치보로북스 닷컴은 메인주 북동부 해안에서 8마일 떨어진 섬 마을의 생계유지와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이 서점이 장사를 잘 못하면 섬 마을 주민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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