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망명을 위해 온 한국 국적 탈북자들의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고 있다. 북한 자유 문제를 다룬 한인 행사에 참석한 탈북자들.
탈북자‘밀물’ 망명은‘가물’
미국 망명을 원하는 탈북자들에게 희망은 있는가.
한국 국적의 탈북자인 서재석씨가 LA 이민법원에서 미국 망명 승인을 받은 것은 지난해 4월말. 이후 1년이 넘게 지나면서 망명 신청 탈북자들의 수는 크게 늘었지만 그들의 미국 정착 희망은 오히려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씨 망명 승인 1년 후, 망명의 꿈을 안고 LA로 온 많은 탈북자들이 처한 실태를 재조명했다.
신청 120명중 허가 2명“괜히 왔다”후회
한국경유자 북인권법 적용 제각각 혼란
탈북자들에 따르면 서씨 케이스 이후 미국 정착을 위해 한국과 미 동부 등지에서 LA로 건너와 망명 신청을 한 탈북자들은 120여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 망명 승인을 받은 경우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이렇다보니 이들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온 것을 후회한다”는 탄식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망명자 지위에 관한 ‘제3국 완전 정착’ 요건에 대한 법률적 정의가 불분명했고 북한인권법 역시 한국 경유 탈북자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아 이민법원의 한국 국적 탈북자에 대한 망명 허가 판결이 제각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민항소법원이 지난 4월 “한국을 거쳐 온 탈북자는 북한인권법을 통한 망명 신청 자격을 불허한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한국 국적 탈북자들에 대한 북한인권법 적용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서씨의 망명 허가를 받아낸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가 서씨 망명 이후 추가로 2명의 망명을 이끌어냈지만 탈북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미국에서 망명을 받는 것은 희박해졌다”는 반응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망명 재판 중인 한 탈북자는 “차라리 일반 스폰서를 통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이 빠르겠다는 말이 나돈다”며 “괜히 미국에 온 것 같다”고 후회했다. 일부 탈북자는 ‘정치 망명을 취소할 테니까 수속비를 돌려달라’며 변호사에게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탈북자들의 좌절 분위기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는 이민항소법원의 ‘한국 국적 탈북자 망명 신청 자격 불허’ 판결에 불복해 지난 5월 제9순회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휴먼 라이츠 프로젝트의 주디스 밀러 변호사는 “서씨 재판시 국토안보부 변호사가 항소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는 국무부로부터 전달된 첨부의견이 큰 역할을 했는데 서씨 이후 망명 허가된 또 다른 탈북자에 대해서는 국토안보부가 항소를 제기했다”며 탈북자 문제는 결국 연방 정부의 의지가 작용되는 정치적 사안이라고 밝혔다.
밀러 변호사는 제9순회항소법원에서 탈북자들이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한국에 입국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탈북자 갱생시설인 ‘하나원’의 폐쇄성 등을 들어 탈북자들이 한국에서 완전 정착하는 것이 아님을 주장할 계획이다.
밀러 변호사는 “하나원에 있는 동안 신체의 자유가 구속되기 때문에 미 대사관에 망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한국으로 오게되는 것도 한국 정부의 입김 때문으로 자발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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