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글로벌증권의 증권분석가 이승남씨가 한인은행 주가 변동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이은호 기자>

올해들어 주가 하락 지속 ‘속앓이’
부실대출·주류은행 공략 등 원인

윌셔 고석화 이사장 1년만에 3,380만달러 시차손
중앙 김상훈 710만·나라 이종문 685만달러 손실

윌셔은행 주식의 19.19% (5,635,407주)를 소유한 고석화 이사장은 지난 1년 동안 무려 3,380만여달러의 주식 시가 손실을 봤다. 작년 7월초 기준 18달러 내외하던 주식가격이 지금은 12달러 안팎으로 주당 6달러가량 떨어졌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주식의 6.10% (1,017,478주)를 보유한 김상훈 이사, 나라은행 주식의 8.75% (2,285,288주)를 보유한 이종문 회장 등도 각각 710만여달러와 685만여달러의 시가 손실을 기록했다. 중앙은행은 지난해 7월초 24달러 내외에서 현재 17달러 내외, 나라은행은 지난해 19달러에서 현재 16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한미, 새한 등 다른 한인은행 주식을 소유한 투자가들도 마찬가지다.
한인뿐만 아니라 주류 투자가들로부터도 성장종목으로 각광받던 한인은행 주가가 올 1월을 기점으로 하락,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인은행의 주가하락은 ▲부실대출 증가로 인한 수익 감소 ▲지나친 한인은행간 경쟁으로 인한 금융상품 경쟁력 약화 ▲주류은행의 한인시장 공략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약화 ▲이사들의 지나친 경영간섭, 인력 풀 부족 등 성장 잠재력에 대한 주류 투자가들의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인은행 주가변동 추이>


가장 큰 원인인 부실대출은 지난 1·4분기 주요 은행의 영업실적에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특히 부동산 대출 부실이 급증하면서 이 기간 부실대출은 한미은행이 1,950만달러로 전분기에 비해 37%가 늘었으며 윌셔은행은 3배 가까이 치솟은 2,000만달러, 나라은행 역시 2배가 증가한 891만달러에 달하는 등 대부분 은행이 고전했다.
또한 상품 및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대규모 론이나 금리를 맞추지 못해 우량 고객들을 주류은행에 빼앗기는 것도 향후 한인은행 성장의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류은행의 한인시장 공략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인은행들이 서로 인력이나 조그만 금융상품을 놓고 출혈경쟁을 하는 동안 대형 우량고객들이 하나둘씩 한인은행을 떠나고 있는 현상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관계자는 또 한미은행의 외국인 투자가, 외국인 직원들이 한꺼번에 대거 나간 것도 주류 투자가들의 대 한인은행 이미지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며 이사와 경영진의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인은행의 주가 전망에 대해 ‘신한글로벌증권’의 김용수 부사장은 “파이낸셜 시장 자체가 빈약한 한인은행들의 경우 부동산 호황과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린 상황에서 주가의 고성장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예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불투명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해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