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한 호수에 사는 물고기 중엔
일견 서로 다른 종류인 듯, 어미의 몸집이
아비에 비해 너무도 왜소한 것들이 있다
호수에 버려진 빈 달팽이 껍질 속에
알을 낳고 새끼들을 기르기 위해
아예 달팽이 몸의 크기로 진화된,
새끼의 안녕과 자기 본디의 몸을 맞바꾼
그 어미 물고기들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누구나, 달팽이집 속에 산다
그녀들 생의 유일한 기쁨이 있다면,
달팽이집 밖의 세상을 잃어버린 고통의 힘으로
자신이 포기한 육신과 꿈의 부피 전부를
어린 자식들에게 남김없이 옮겨놓는 일,
무사히 자라난 자식들이 새삼 어머니의 왜소함을 비웃고
뿔뿔이 흩어져갈 때에도,
그녀는 그 비좁은 달팽이집을 떠나지 못한다
다시는 달팽이집에 들어오지 못할 만큼 커버린,
자식들의 낯선 눈동자에 감사하며
유하 (1963~) ‘어머니’ 전문
새끼들을 안전하게 기를 수만 있다면 달팽이집보다 더 작은 집으로 기어들 수도 있는 게 세상의 어미들이다. 그 어미의 살과 영혼을 뜯어먹고 자랐으면서도 그녀의 왜소함을 비웃으며 뿔뿔이 떠나가는 자식들. “○○야이~ 느그 엄마 텔레비전에 나왔다. 나는 잘 있응게. 이 어미 걱정일랑 허덜 말고…….” 낡은 달팽이집을 배경으로 눈물 꾹꾹 찍어내는, 그 분이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시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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