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웅(1969~) ‘종이호랑이’전문
오래 누워 자꾸 얇아지더니 아비는 종이호랑이가 되었다. 찢으면 찢기고 접으면 접히는 종잇조각이 되었다. 콧속으로 호스를 밀어 넣을 때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던 당신, 홍대 지하철 통로에 걸린 호랑이 민화처럼 하루 종일 입을 벌리고 있었다. 긁어내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당신의 입이 걸려 있는, 지하철역 통로에서 나는 종이가 된 당신의 입을 만져보았다. 오늘은 또 발이 죽었다 한다. 당신이 당신을 하나씩 보내는 동안, 나는 지하 골방에서 접었다 폈다 당신을 추억하였다, 나는 멀리 서울에 있었다.
호랑이만 같았던 아버지. 한때는 미워도 했으리라. 미워서 멀리 달아나고 싶기도 했으리라. 그런 아버지가 이젠 병들어 누워있다. 아무런 위력도 발휘할 수 없는, 민화 속의 종이호랑이와도 같은 아버지. 비로소 맘대로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된, 호랑이도 아닌 호랑이아버지 생각에 시인은 가슴이 몹시 저리다. 이빨도 발톱도 끝내는 세월에게 다 빼앗겨버린….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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