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휴 ‘開花期’ 전문
다래기가 나려나했다 눈을 문지른다 언뜻 빨간 봉오리가, 파란 봉오리가,
알록달록 봉오리들이 퍼덕인다
여전히 어머니는 젖을 내놓고 있었다 돼지 젖처럼 주렁주렁, 젖꼭지 하나를 똑 따서 내 입에 집어넣어 준다 너무 쓰어요 엄마 제발 먹기 싫어요 그렇게 그짓을 즐겼다 못들은 척, 모종이 늦었다며 어머니는 언 땅에 남은 젖꼭지들을 심는다 단내가 확 풍겼다 낯선 개가 따라가며 핥아먹는다 나를 주렁주렁 달고 사는 어머니는 바보젖꼭지나무였다 그때 나는 개를 좇지 않았다 차라리 잘 된 일이라며
내 꽃봉오리에 대해 그렇게 내가 오해했다
어머니 꽃밭은 언뜻, 무슨 관계처럼
온종일 눈을 문질러도 그렇게 눈꺼풀 속에 갇혀있었다 언 채로
세상의 어머니들은 모두가 바보젖꼭지나무다. 돼지처럼 주렁주렁 젖꼭지만 달린, 그러고도 불안해서 언 땅에다 젖꼭지 서둘러 심는 게 어머니다. 어떡하든지 자식들 배를 골리지 않으려는 모성. 그러나 개화기가 와도 젖꼭지나무는 꽃피울 생각을 못한다. 혹시 어머니의 눈이 백내장을 앓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꽃밭이 눈꺼풀 속에 갇혀만 있는 것은 아닌지. 순전히 짐작이지만, 어머니의 본성을 떠올리며 애달파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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