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주 (1960~) ‘붉고 푸른 못’ 전문
나무는
땅에 박힌 가장 튼튼한 못,
스스로 뿌리 내려
죽을 때까지 떠나지 않는다
만신창이의 흙은
안으로 부드럽게
상처를 다스린다
별은
하늘에 박힌 가장 아름다운 못,
뿌리도 없는 것이
몇 억 광년 동안 빛의 눈물을 뿌려댄다
빛의 가장 예민한 힘으로 하느님은
끊임없이 지구를 돌린다
나는
그대에게 박힌 가장 위험스런 못,
튼튼하게 뿌리내리지도
아름답게 반짝이지도 못해
붉고 푸르게 녹슬고 있다
소독할 생각도
파상풍 예방접종도 받지 않은 그대, 의
붉고 푸른 못
나무는 땅에 박힌 못이지만 만신창이 된 흙을 다독이고, 별은 하늘에 박힌 못이지만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하나님 손님으로 박은 못들은 그렇듯 착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에게 박아 준 못은 모두가 독이고 상처다. 파상풍으로 죽음에도 이르게 할 만큼 지독한 못. 누군가에게 박았던 못이 있다면 이승을 떠나기 전에 뽑을 일이다. 순간 장도리를 든 가슴의 통증도 덩달아 누그러질 터이니.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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