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기 ‘등이 가렵다’ 전문
버림과 비어 있음의 경계선은 어디쯤일까
요즘은 자꾸 등이 가렵다
뒤꿈치 치켜들고 몸을 비틀며
어깨 너머 허리 너머 아무리 손을 뻗어도
뒤틀린 생각만 가려움에 묻어 손끝에 돋아난다
나와 내 몸 사이에도
이렇듯 한치 아득한 장벽이 있다는 것이
두렵고 신비스럽다
빛과 어둠,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 정수리 어디쯤
죽음에 이르려야 열리는 문이 외롭게 버티고 있는 것 같고
때론 소슬바람에도 쉬 무너질 것 같은 그 무엇이
내 안 어딘가 덜컹거리고 있다
등이 가려울 때 마다
등줄기 너머 보이지 않는 길들이 그립다.
<나와 내 몸 사이에도/이렇듯 한치 아득한 장벽>이 있다는 것! 이것을 깨달을 나이를 나는 안다. 알아서 기쁘고 알아서 서럽다. 가려움증은 죽은 세포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세월이 만들어 낸다는 것도 안다. 발뒤꿈치를 치켜들고 몸을 비틀어도 손닿지 않는 그곳. 어느 날은 쓸쓸한 섬이고, 어떤 날은 사뭇 못 견딜 고향이 그곳이다. 언뜻언뜻 흙냄새까지도 맡아진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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