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 앞바다에 닻을 내린 배 선상 갑판 위에는 갓 결혼한 젊은 부부와 비슷한 나이에 젊은 청년이 서서 차츰 차츰 밝아오는 이른 4월에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을 즐겁게 환영하려고 마중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고 쓸쓸한 냉랭한 바람뿐 그들의 옷깃을 스쳐갔을 살풍경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눈앞에 전개되는 풍경은 자기들의 보고 살던 상황과는 너무나 판이한 것에 마음속 놀라고 불안한 심정 이었을 것이리라. 멀리 보이는 집으로 흙으로 만든 초가집 그리고 살벌한 강가의 초라한 시설에 당황하며 놀랐을 것이다. 물론 여기 오기까지 도착하기 전 자기나라와 잠시 유하던 일본에서 충분히 듣고 마음속 깊이 준비했겠지만 눈앞에 보이는 전경은 용감과 결심에 가득 찬 이 젊은이들 마음을 좀 동요시키기 충분 하였을 것이다.
이 세분이야말로 다름 아닌 우리 한국개신교 첫 공식 선교사인 미국 감리교의 아펜젤러 부부와 캐나다 장로교의 언더우드이시다. 이분들이 오신 때는 바로 전 해 1884년 12월4일 서울에서는 갑신정변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때였으니 이 얼마나 불안 흉흉한 때였는지 상상하고도 남는다.
1885년 4월5일 오후 제물포 개펄 벌판을 밟으며 내린 이분들을 본 사람들은 눈 퍼런 금머리 빛에 이상한 몸차림의 세 선교사들을 들은 바대로 ‘양귀’라고 보고 무서워하며 피하며 멀리 떨어져서 응시하였을 것이 훤하게 보인다,
아펜젤러 부부는 미국 감리교 뉴욕 선교본부에 보내는 첫 편지에 이렇게 전하였다.
“우리는 부활절에 이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날 죽음의 빗장을 산산이 부수시고 그 분 예수께서 이 백성을 묶은 죄악의 사슬을 끊으시고 그들을 하나님의 자녀로서 빛과 자유를 누리도록 이끌어 주옵소서.”
123년 전 맞은 부활주일. 을유(乙酉) 1885년 4월5일. 공교로운지 우연인지 또는 하나님의 심오하신 섭리인지 세 분이 오셨다. 이 세분이 부활주일에 우리 한국 땅에 복음과 새 문명을 안고 모든 위험과 의심을 박차고 오심으로써 우리 한국의 새 아침이 밝고 열려 오늘에 이르렀다.
2008년 부활주일을 맞이하며 123년 전 부활주일을 상기하며 감개무량하다. 우리 다 같이 보은의 감사 기도를 올리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