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석 정신과 전문의
질문:
32세된 여자입니다. 14세 때부터 이유 없이 자꾸 머리를 뽑는데요. 요즘 와서 증상이 악화되어 하루에 한두 시간씩 머리를 뽑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주로 저녁에 좀 쉬고 있으면 이런 버릇이 더 나타나 제대로 쉬지를 못합니다. 머리털 뿐 아니라 눈썹도 뽑아서 화장을 잘 안하면 문둥이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머리 뽑기 전까지는 불안감과 긴장감이 지독하게 커졌다가도 머리 뽑고 나면 긴장이 풀리고 시원해집니다. 그런데 아무한테 말도 못하고 사람들 만나기 싫어서 사람들 모이는 데는 물론 밖에 잘 나가지도 않습니다. 아직 어떤 의사도 찾아보지 않았고 가족들이 미쳤다고 정신과에 가보라고 해서 선생님께 문의합니다.
답변:
‘트리꼬틸로매니아(Trichotillomania)’라고 하는 정신과 질환인 것 같습니다. 한국말로 어떻게 번역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직역하면 머리 뽑는 광증이다. 이것은 만성병으로 머리가 많이 빠지고 때로는 빠진 자리가 동전처럼 보이고, 머리털 뿐 아니라 눈썹, 겨드랑 밑 털, 음모까지 뽑기도 합니다. 어떤 여인은 음모 없는 것이 부끄러워서 산부인과 가는 것을 피하고 남자와 자는 것도 피합니다. 그보다도 가장 힘든 것은 사회, 가정, 직장 생활 등을 제대로 못하는 것입니다.
보통 12-13세때 시작하며 만성적으로 계속됩니다. 이병은 ‘충동조정장애증후군’이라고 하는 몇 가지 병중의 하나로 분류되고 있지만 강박신경증의 특성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머리를 뽑아야겠다는 충동이 일어나면 안 뽑고는 견딜 수가 없지요. 어떤 사람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손톱도 물어뜯고 뽑은 머리털 갖고 장난도 하고 때로는 먹어 삼키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 삼킨 머리털이 뭉쳐서 장이 막혀 응급수술을 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병을 가진 사람들은 흔히 심한 우울병과 대인공포증 강박신경증 같은 불안증을 합병증으로 갖고 있습니다. 이 병의 원인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집안 내력이 있는 경우도 있고, 만성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런 긴장감을 경험하지 않는다고도 합니다. 치료는 정신과에 가서 하셔야 됩니다. 어느 한 가지 치료는 효과가 없으며 반드시 약물치료와 다른 한 가지 치료를 겸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치료로는 정신치료 행동치료 최면치료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의사들은 비밀보장 해주니까 그만 그늘에서 나오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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