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1941~) ‘비 가는 소리’ 전문
비 가는 소리에 잠 깼다
온 줄도 몰랐는데 썰물 소리처럼
다가오다 멀어지는 불협화의 음정(音程)
밤비에도 못다 씻긴 희뿌연 어둠으로, 아쉬움과 섭섭함이 뒤축 끌며 따라가는 소리, 괜히 뒤돌아다보는 실루엣, 수묵으로 번지는 뒷모습의 가고 있는 밤비 소리, 이 밤이 새기 전에 돌아가야만 하는 모양이다
가는 소리 들리니 왔던 게 틀림없지
밤비뿐이랴
젊음도 사랑도 기회도
오는 줄은 몰랐다가 갈 때 겨우 알아차리는
어느새 가는 소리가 더 듣긴다
왔던 것은 가고야 말지
시절도 밤비도 사람도…… 죄다.
폭풍우가 플로리다 전역을 휩쓸고 지나갔다. 모두가 알아차릴 정도로 며칠 전부터 소문을 내가면서. 그러나 인생은 그렇지가 않다. 다가오는 운명을 눈치조차 못 채고 있다가 뒤늦게 허둥지둥할 때가 많다. 야속하게도 그것이 사랑이거나 기회일 때가 대부분이고, 그런 때 인간은 실망하고 상처를 입게 된다. 오는 것보다는 가는 것들의 발자국 소리에 한층 민감해질 나이. 나 역시도 그쪽으로 점점 예민해지는 귀를 어쩔 수가 없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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