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시립 도서관에 들렸다가 표지가 온통 푸른 색인 책을 발견했습니다. 무심코 손에 들고 서문을 읽고 있는데 마음에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책 제목이 에밀리 디킨슨의 시(詩)에서 따온 Blue Peninsula였습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푸른 반도”라고 해야 할까요? 병명을 알 수 없는 불치병으로 육체와 생명까지 마비되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글로 옮긴 책이었습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하도 잘 웃어서 “이삭”이라고 이름을 지었답니다. 이삭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의 아들입니다. 100세에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아브라함의 아내 사라가 그만 웃어버립니다. 그래서 아들 이름이 “웃음”이란 뜻의 이삭이 되었습니다. 책 속의 이삭이는 14살까지 이름처럼 잘 웃고 밝은 아이로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삭이가 다리를 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몸이 비틀리고 걷기 조차 힘들게 되었습니다. 여러 유명한 의사들을 찾아갔지만 병명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몸은 정상이 아니었어도 정신이 살아있으니 아들을 대학에 보냅니다. 그런데 입학해서 3개월이 지났을 때 학교로부터 정신질환이 있어서 더 이상 학업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퇴행성 치매증세가 나타나서 생각이 멈추고 기억력이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왜 그런 현상이 이삭이에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름조차 모르는 불치병을 8년째 앓고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는 자신의 심정을 칼 필립스라는 시인의 싯구를 인용해서 세상에는 “숨도 쉴 수 없는 제4의 장소”가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래도 이 어머니는 자신의 책 마지막 장에 세 가지 단어를 기록해 놓았습니다: 평안(peace), 소망(hope), 기쁨(delight).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러한 것들은 대개 육체나 마음에 심한 고통을 주기 마련입니다. 때때로 신앙으로도 견디기 힘들 만큼 어려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원인도 모르고 끝도 보이지 않으면서 점점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고통의 순간들입니다. 시인의 말처럼 세상에는 숨을 쉴 수 조차 없는 제4의 장소가 있는 듯 합니다. 이처럼 모든 인생길은 힘겹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인생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그때마다 혼자만 어렵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하나님 일을 하는 목사인 저도 견디기 힘들만큼 어려울 때가 있는걸요. 물론 극단적인 생각은 금물입니다.
대학 1학년 때, 영어 교과서에서 읽었던 “The show must go on(쇼는 계속되어야 한다)”이라는 문구가 생각납니다. 혹시 지금 너무 힘드십니까? 아무리 어려워도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펼쳐주신 인생의 무대에 다시 올라가십시오. 여러분의 그 모습을 보고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을 위해서 골방에서 기도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설령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 없어도 너무 외로워하지 마십시오.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여러분 편이십니다. 하나님께서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의 오른손을 붙잡고 말씀하십니다: “나는 주 너의 하나님이다. 내가 너의 오른손을 붙잡고 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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