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질은 말할 것도 없었다. 호미만한 삽을 다루는 솜씨도 영 설었다. 가로세로 반팔 길이도 안되고 깊이라야 한뼘 조금 넘는 구덩이 하나 파는 데 숨은 가쁘고 이마엔 땀방울, 그러면서도 모두들 싱글벙글. 정토회원과 수선회원, 사찰신도 등 북가주 한인 불자들이 지난 20일(토) 오전 오클랜드공항 인근 마틴 루터 킹 쇼어라인 팍 늪지대에서 이웃커뮤니티 환경지킴이들과 함께 ‘세이브 더 베이(Save the Bay)’ 봉사활동을 펼쳤다.
금문교 아래 잘록한 허리를 타고 들어온 바닷물과 새크라멘토강/샌호아킨강 등 내륙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어우러지면서 깨끗한 물로 걸러지고, 인근지역은 물론 저 멀리 알래스카나 남미 끝자락에서 날아온 새들이 철 따라 삼만리 비행을 하면서 쉬어가는 곳, 이날 행사는 그런 SF베이 늪지대를 살리기 위해 비영리 환경보호단체 세이브 더 베이(www.savesfbay.org)가 마련한 것으로 블루 와일드 라이(blue wild rye) 등 늪지대 토박이 식물 4가지를 심는 것이었다. 북가주 한인 불자들과의 인연은 자성화 보살과 묵소 보살이 주선해 맺어졌다. 북가주 한인 불자들이 한인 불교마을 울타리 안에만 머물지 말고 주류사회 등 이웃커뮤니티와 어울림의 폭을 넓혀가자는 의견들이 나온 끝에 두 보살이 이곳저곳 알아봐 이 행사를 찾아냈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계속된 이날 행사에는 한인불자 27명이 함께 했다. 이웃커뮤니티 사람들도 30명가량 참가했다. 식수시범 등 사전교육을 받은 뒤 시작된 토박이 식물심기 진도는 매우 빨랐다. 예정된 3시간이 채 안돼서 4종류 식물 630그루를 심었다. 세이브 더 베이의 스탭인 매간씨는 늪지대 살리기의 의미를 다시금 설명하며 한인 불자들에게 감사를 표한 뒤 이렇게 일찍 일을 끝낸 것은 처음이라고 놀라워했다.
행사 당일 온종일 비가 예보됐지만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비는 오지 않았고 흰구름 먹구름 사이로 겨울햇살이 따사롭게 이들을 감쌌다. 비는 다음날인 21일 온종일 내렸다. 온상에서 환경지킴이들의 보살핌을 받다 비로소 늪지대 고향으로 이식된 토박이 식물들의 뿌리까지 흠뻑 적셔지도록. 이날 행사 참가자들은 도란도란 얘기꽃 속에 도시락점심을 나눠먹으며 다음에도 이런 행사에 자주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즐거워했다.
<정태수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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