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바닥에 내려앉아
철퍼덕, 엉덩이를 뭉개고 앉은 달
손 내밀면 가슴까지 무너져
사람 소리를 한다
자갈치아지매 비릿한 전대 속
부새비늘과 뒹굴던 백동전처럼
막소주 꼼장어 구이에 얼큰해진 바다사내
깊은 울음에서 퍼올린 순정처럼
두리둥실
사람 닮은 바다와 바다를 닮은 사람들 다 끌어안고
포장마차 속에서 지글지글 굽히는
간이 잘 된 자갈치의 달
봐라, 한 잔 칵 부뿌라
이리 권하고 저리 권하는 술잔 따라
쓸쓸한 내가 발라먹고 거나한 바다가 발라먹어도
비틀거리는 자갈치 발밑에 다시 떨어져
하,하,하, 환하게 굴러가고 있다
권애숙(1954~) ‘자갈치의 달’ 전문
자갈치 시장이라고 하면 비릿한 냄새와, 그 시장통을 무대로 모여드는 사람들의 애환이 먼저 떠오른다. 그러니 이곳으로 찾아온 달은 예사로운 달이 아니다. 철퍼덕 엉덩이를 깔고 앉아 부새를 파는 아지매가 되기도 하고, 꼼장어를 안주삼아 막소주를 들이키는 노동자이기도 하다가, 달은 아예 지글지글 굽히는 안주가 되기도 한다. 이리저리 뜯어 먹히고도 하하 웃으며 굴러가는 달은 얼마나 여유로운가. 경제가 부쩍 어려워진 요즘 달이 저렇듯 모두에게 희망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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