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직장내 성희롱 가능성 제기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 미국 CBS 방송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인 데이비드 레터맨이 여직원과의 성관계 사실을 털어놓고, 이로 인해 협박을 받았다고 시인한 사건과 관련해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특히 이번 사건이 직장내 성희롱 또는 상사의 권한을 남용한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보도하고 있어 사태 추이가 주목된다.
◇사건개요 = 토크쇼 황제인 레터맨(62)은 1일 자신이 진행하는 `더 레이트 쇼’ 녹화에서 여성 스태프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시인하고, 한 남자로부터 200만 달러를 주지 않으면 여성 스태프와의 관계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실을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신고했고, 200만달러짜리 가짜 개인 수표를 발행해 결국 범인이 잡혔다고 말했다.
앞서 레터맨은 지난 3월 여자친구 레지나 래스코와 결혼식을 올렸고, 두 사람 사이에는 다섯 살 난 아들이 있다.
레터맨이 관계를 맺었다고 밝힌 여직원은 오랫동안 개인 비서로 일해온 스테파니 버킷(34)이며, 레터맨을 협박한 용의자는 같은 CBS 방송의 ‘48시간 미스터리’를 연출한 프로듀서 로버트 홀더맨(51)으로 드러났다. 버킷과 홀더맨은 특히 지난달까지 코네티컷주의 한 집에서 동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홀더맨은 지난 9월9일 새벽 맨해튼의 레터맨 집 앞에서 `밀회사건’을 공개하겠다는 한장짜리 `협박편지’를 레터맨 운전기사에게 전했다. 레터맨은 직접 나서지 않고, 개인 변호사가 이날 낮 홀더맨을 만나게 했다. 홀더맨은 15일 이 변호사를 다시 만나 200만달러를 요구했고,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홀더맨과의 대화내용을 녹음해 증거로 남겼다. 이후 레터맨 변호사는 지난 30일 경찰의 조언 아래 200만달러 수표를 건넸고, 홀더맨은 1일 오전 이 수표를 은행에 예치한뒤 방송사로 출근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직장내 성희롱 가능성 = NYT 등 언론들은 레터맨이 관계를 맺어온 여직원들중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여성이 오랫동안 개인비서로 일해온 사실을 지적하며 직장내 성희롱이나 상사의 권한을 남용한 부적절한 관계 가능성은 없는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레터맨이 운영하는 프로덕션 회사인 `월드 와이드 팬츠’는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레터맨이 지난 3월 결혼하기 전에 끝났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 인기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간판 스타가 성추문에 휩싸이게된 CBS는 당혹스런 상황속에 조용히 진상파악에 나서며 추이를 주시중이다. CBS 중역진은 특히 레터맨이 관계했던 여성들중 미성년자는 없으며, 직무와 관련된 위협을 받은적도 없다는 점을 확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CBS는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조사에 적극 협조중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월드 와이드 팬츠는 CBS는 레터맨을 고용한 적이 없다고 밝혔고, CBS도 이를 확인했다. 이는 한마디로 레터맨이 CBS의 직원이 아닌 만큼 직장내 성희롱 문제 등 CBS의 직장내 규정을 준수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셈.
월드 와이드 팬츠는 그러면서 직장내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는 한 사내 연애를 규제하지 않는다면서 레터맨이 회사의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없으며, 그를 상대로한 고소가 제기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성희롱 문제 전문가인 데브라 카츠 변호사는 CBS가 레터맨에 대해 내부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면서 관련 여직원이 레터맨과의 관계를 자발적 의사에 따라 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라큐스대학의 로버트 톰슨교수는 레터맨 쇼가 과거 관계를 맺었던 여직원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무마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협박용의자의 다른 의혹들 = 레터맨이 관계를 맺었던 버킷과 협박 용의자인 홀더맨은 지난달까지 코네티컷주의 한 집에서 동거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두 사람의 공모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만달러의 보석금을 내고 일단 풀려난 홀더맨은 CBS에서 27년간 근무하면서 뉴스 프로그램 담당 프로듀서로 활동해 왔다. 직장내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존경을 받아왔다는게 동료들의 전언.
그는 2004년 이혼한 부인에게 매달 6천800달러의 이혼수당을 지급하고 있어 재정문제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홀더맨은 1일 대배심에서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의 변호사도 이번 사건은 겉으로 드러난 것 외에 숨겨진 다른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홀더맨의 협박에 관한 증거가 완벽하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징역 5-15년의 형을 선고받을수 있는 죄를 저질렀다면서 범행당시 빚도 있는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레터맨 쇼 계속될까 = 레터맨을 잘 아는 인사들은 그가 80년대초 NBC 방송에 출연할 때부터 동료 직원이나 인턴 등 그의 쇼프로그램과 관련된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예로 그의 쇼 프로그램 수석작가였던 메릴 마르코, 개인비서였던 로리 다이아몬드 그리고 지난 3월 결혼한 레스코와도 함께 일하며 관계를 맺어왔다.
레터맨은 이번 사건 초기부터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아래 검찰에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그가 매우 놀랬고, 걱정을 했다면서 이에 따라 초기부터 당당하게 대처키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레터맨의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그의 쇼를 즐겨온 팬들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여부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는 특히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성 스캔들에 대해 통렬한 풍자를 해온바 있어 향후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그가 여직원과의 관계를 시인한 뒤 1일 밤 방송된 레터맨의 쇼의 시청률은 평소보다 20% 높을 정도로 팬들의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레터맨의 라이벌인 `투나잇 쇼’의 제이 리노는 레터맨을 협박하려 했던 남성은 `48시간’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였는데 `약탈자를 잡으라’는 프로그램의 퓨로듀서가 아니었던 게 천만다행이라고 꼬집고 나섰다.
이에 대해 로버트 톰슨 교수는 레터맨쇼의 핵심 시청자들은 `그런 사고를 치다니, 다시는 레터맨 쇼를 안보겠어’라고 할 사람들은 아니다면서 레터맨은 디즈니 채널 토크쇼 진행자가 아니다고 밝혀 심야 성인오락 토크쇼의 진행자에 대해 `면죄부’를 주고 넘어갈 개연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2002년 연봉 3천150만 달러에 CBS와 4년간 계약을 맺었던 레터맨은 2006년 계약을 갱신, 오는 2010년까지 레이트쇼를 진행하는 것으로 계약을 연장했다. 미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방송인으로 꼽혀온 그에게 이번 사건은 어찌됐든 명성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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