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평화봉사단원들이 한국에서의 활동을 회상하며 웃음짓고 있다.
임정식, 허척….
설날 하루 전인 13일 저녁 옥턴의 황원균 북버지니아 한인회장의 자택에는 한국식 이름을 가슴에 단 은발의 미국인들이 모였다.
약 40년 전 미 평화봉사단(Peace Corps) 단원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던 노신사 부부들이다. 한국에서 젊음의 한때를 바치며 봉사한 평화봉사단원들에게 황 회장이 설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이뤄진 이날 만찬 모임에는 7명의 부부가 참석해 옛 이야기를 화제로 웃음꽃을 피웠다.
1969년부터 2년 반 동안 경북대학교에서 영어와 불어를 가르쳤다는 척 하비(Chuck Hobbie)씨는 “당시에는 대학생들이 민주화운동을 하다 잡혀가는 등 고초를 겪어 내가 나서 도와주기도 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한 후 “평화봉사단원들이 100여 나라에 파견돼 활동했지만 봉사단원들을 초청해 대접하는 나라는 한국과 재미 한인들 밖에 없다”고 말했다.
1967년부터 전남 목포에서 영어교사를 했다는 리차드 크리스텐슨(Richard Christenson)씨는 “대학을 마치고 시골의 가난한 한국인들을 돕자는 생각에 목포 제일중학교와 목포상고에서 2년 동안 아이들에 영어를 가르쳤다”며 “당시 시골의 소박한 인정과 활기찬 부두의 모습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고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지금도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한다는 그는 90년대 말 주한 미 대사관에서 부대사로 4년간 재임하다 은퇴한 외교관 출신. 27년의 외교관 생활 중 12년을 한국에서 보낸 친한파다.
새이어 밥(Sayer Bob)씨는 평화봉사단 활동이 인연이 돼 지금도 한국 옹기 연구에 종사하는 인류학자. 그는 “한국 전통 옹기에 반해 요즘도 수시로 한국을 찾는다”면서 “제 별명이 옹기박사”라며 환하게 웃었다.
미 평화봉사단은 1961년 케네디 대통령 재임시 “개발도상국에 봉사해 세계평화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창설된 단체. 한국에는 60년대 중후반부터 81년까지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평화봉사단원으로 파견돼 벽지 중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현재 워싱턴 지역에는 50여명의 한국 파견 평화봉사단원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년에 한 차례씩 애난데일의 한국식당 등에서 만나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워싱턴 거주 평화봉사단 출신들과 한인들의 인연은 2009년 설 당시 처음 맺어졌으며 지난해 추석에는 최은희 한인회 부회장 자택에서 두 번째 모임을 가진 바 있다.
황원균 회장은 “평화봉사단원들은 소중했던 젊은 시절을 낯선 한국 땅에서 어렵게 봉사하며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 분들”이라며 “한국을 사랑하는 이분들과 명절 때마다 한국 음식을 나누며 감사를 전하고 정을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