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가 훨씬 넘은 엘리즈는 악보조차 읽을 줄 모르는 음악 생무지였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분리 불안증을 치료받기 위해 피바디 음악원에서 하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꾸준한 훈련 끝에 수준급 연주를 할 정도가 된 엘리즈는 “내 손가락과 뇌가 서로 팀워크를 이뤄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었다. 내 두뇌가 바뀐 것 같다”고 증언했다. 현재 미국하프협회 회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그녀를 볼티모어 매거진은 “50세 이상 가운데 가장 훌륭한 하프 연주가”라고 극찬했다.
예전의 뇌 과학자들은 인간의 성장이 중단된 이후에는 더 이상 뇌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뇌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방법(MRI, PET, fMRI)이 개발되어 뇌의 구조와 기능이 주위환경과 영향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신경세포간 정보를 전달하는 연결점인 시냅스가 학습과 기억 과정에서 사멸되거나 새로 형성된다는 것도 찾아냈다.
그렇다면 두뇌가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환경은 어떤 것일까. 뇌에 관한 개념을 뒤바꾸어 놓은 컬럼비아 대학의 신경정신의학 교수 올리버 삭스에 따르면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낯선 곳을 여행 하는 것 등이 뇌에 자극을 주어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케 만든다. 여기서 자극적 환경이란 단순히 사람으로 하여금 바쁘게 돌아가게 만드는 환경이 아니라 호기심을 유발하는 환경이다. 또한 동물 실험을 통해 관심과 정성어린 보살핌이 두뇌훈련(brain fitness)에 현저한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는 사랑과 관심을 받은 쥐가 그렇지 못한 쥐보다 뇌 피질 발달이 가속화 된다는 것이다.
뇌는 주무르는 대로 변하는 찰흙과 같다. 몇 가지 예를 들자. 런던의 택시 기사는 버스 기사보다 더 큰 해마(측두엽 내부의 기억 담당 부분)를 가졌다. 전자에게는 복잡한 런던 시내의 거리를 낱낱이 외우고 두 지점 사이의 최단거리를 알아야 자격증이 주어지지만, 후자는 그저 정해진 노선을 따라다닐 능력만 있으면 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가지 국어 사용자보다 왼쪽 두정엽 피질이 더 크다. 또한 독일 의대 재학생 가운데 의사시험을 치른 그룹과 치르지 않은 그룹의 두뇌를 검사한 결과 치른 그룹의 해마가 커지는 변화가 있었다.
이렇듯 지속적으로 자극적인 환경을 조성해주면 변하는 뇌의 특성을 최대 활용해 기억력ㆍ집중력ㆍ능숙도ㆍ자신감까지 증가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효율적인 샘을 파고 있다. 관상이 좋아야 취업도 잘되고 대접도 받고 성공한다며 얼굴 뜯어고치기 유행에 편승하거나, 두뇌 발전의 새로운 장애물로 지목된 구글의 깊은 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후자는 학생들로 하여금 “구글이 학교 숙제를 하는데 몇 초안에 필요한 링크를 제공해 도움도 되지만 여기저기 사이트를 기웃거리느라 산만하게 만들고 시간낭비가 심하다”라는 불평을 빈번케 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구글이 인간을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며 뇌 구조조차 바꾸고 있다고 주장한다. 파편화된 링크를 방문하면 할수록 검색엔진 회사의 광고수익을 높여주지만, 자신의 집중력과 사고력은 감퇴된다. 아무리 그럴싸하게 꾸며진 관상이라도 인터넷의 소용돌이 속에 장기간 휘말리면 언젠가는 시냅스가 사멸되어 그 참모습이 드러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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