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얼굴이 환하고, 맑고 깨끗하며 언행이며 자세까지 꼿꼿한 사람을 만나면 참 부럽기도 하다. 그 사람의 삶이 그동안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부러움이 들기도 하고. 남자의 나이 50이면 인생을 책임질 얼굴인데 간혹 내 얼굴을 거울에 비추면 웃음이 없어진 진지한 분위기에, 얼굴색은 삶에 그을리듯 약간 거무스레 함을 발하고, 머리카락은 이제 검은머리 찾기가 젊었을 때 흰머리 찾는 듯하다. 그리고 말투는 전장에 나가는 군인들처럼 항시 낮고 긴장된 목소리다. 지나간 삶으로 투영된 50년의 세월이 이렇게 내 얼굴의 거울을 통해 아침의 잔잔한 빛과 어우러져 허공에 비춰져있다.
다시 시작한 음료 사업은 단돈 1,000달러로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돈을 자본금이라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자본금 같지 않은 자본보다는 이 재기의 활동기간에 사람들의 경쟁심과 시기 등으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감당하는 게 더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옛 거래처 공장 사장은 한때 내가 한국 출장가면 나라는 바이어가 자기 경쟁자들에게 노출되어 혹시나 바이어를 빼앗길까봐 내 가는 곳마다 나에게 호의를 보이며 신경을 썼었는데 이제는 내 상품이 우여곡절 끝에 재생산 되니, 시장에서 자기 거래처들과 경쟁이 될까 봐, 가는 곳마다 없는 이유를 만들어 평판을 나쁘게 했다. 그런 것을 대할 때마다 솟구치는 분노를 다스리는 게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당장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생산 자금을 마련하고 또 그것을 빨리 팔아 상품을 재생산하고 그 자금을 회전 하는 게 우선이라 정신없이 앞만 보며 달려갔다.
이렇게 2년의 또 다른 고통과 인내의 시간을 보내니 한때 그 큰 규모와는 비교는 안되었지만 다시금 성장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직과 형태인, 창고, 영업, 배송의 기본틀을 다시 갖추게 되었다. 파산 전 한때는 메트로 뉴욕에서 음료로는 Non Major(메이저는 Coke and Pepsi 등)로서 Vitamin Water를 공급하는 Big Guyser에 이어 두번째였던 그 큰 규모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 브랜드가 그 험난함 속에서도 살아남았고 또 사장인 나를 믿는 영업조직이 다시금 만들어졌기에 나는 그다음 단계로의 성장을 준비할 수 있었다.
조직은 사람과의 관계이기에 그 밀접함은 신의와 믿음에 근거해 맺어져야 동아줄 같은 단단함으로 연결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때에 이 작은 영업조직을 이끌어 그다음 단계로 성장시킬 내 옛날회사의 이사급 책임자가 필요했는데 내가 당시 그에게 보낸 메시지는 단 한마디였다.
“I am survived and I am back.” 이 임원은 이태리 사람으로 미국에서 제일 큰 맥주회사인 버드와이저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졌던 사람으로 구태여 다시 시작하는 옛 한국인 사장을 위해 고생스럽게 올 이유가 없었지만 그는 그 메시지를 받고 그 다음날 내 사무실에 나타나 바로 일을 시작하겠노라고 말할 때 내 마음속 깊이 느꼈던 믿음에 대한 감회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임원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브랜드를 메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아직도 영업 직원들을 거느리고 뉴욕 거리의 코너, 코너를 활보하고 있다.
이런 영업조직이 다시 만들어 지고 2년간 4,000 곳의 거래처를 만들어 놓으니 미국내 다른 음료회사들이 그들의 음료를 팔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내 요구 조건을 제시하면 모두 기겁을 한다. 내 요구조건은 현금 200만 달러와 그 회사의 20% 이상의 주식을 받는 조건이 선행돼야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