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한국인인가, 미국인인가)
정현정 <천주교 한국학교>
어렸을 적 유치원을 졸업하고 나는 낮설고 신기한 미국, 보스톤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한국과는 다른 큼직한 도로와 이상한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어린 나에게는 모든 게 수상하고 어수선했다. 조금씩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 적응이 될 쯤, 1학년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황인종 아이들은 없고, 쌍꺼풀 짙고, 예쁜 색깔의 눈동자들로 나를 쳐다보는 아이들 뿐이였다. 처음에는 인형같이 생긴 아이들과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의사소통이 안 되는 아이들이여서 답답하고 힘들고 외로웠다. 이런 내가 민망해서 나는 이때부터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으로 살겠다고 결심했었다.
한참 미국아이인 것처럼 다녔을 때, 부모님께서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나는 결코 한국인이다 라고 내 마음을 바로 잡아주셨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우리 아빠는 매일 밤 나와 내동생에게 한글 단어, 한글 책 읽기와 국어를 가르쳐 주셨다. 회사를 다녀오면 피곤하셔도 매일 숙제까지 내주시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게 한글 공부를 해 주셨다. 그 당시에는 공부하는게 너무 싫었지만, 한국인이라면 알아야 할 한글을 꾸준히 가르쳐 주신 아빠에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다. 아빠가 없었더라면 나는 한글을 잘 읽고 쓰기는 커녕, 다른 한국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부모님께서는 집에 있을 때는 영어금지령을 내리시기도 하셨다. 나 또는 동생이 엄마, 아빠께 영어로 물어보면 돌아오는 건, “한국말로 물어 봐”라는 답변 뿐이였다. 이런 집안 룰에 익숙해져서 지금까지 집에서는 우리 모두 한국말로 말을 한다. 그러므로, 저절로 텔레비전도 한국 소프로, 드라마를 보게 되었고, 그동안 아빠가 가르쳐주신 한글 덕분에 단어 이해력까지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의 노력은 그냥이 아닌, 나와 동생이 아무리 영어를 쓰고 미국 아이들과 놀아도 우린 한글을 잊지 말아야 할 한국인이라는 걸 깨달게 해 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생김새만 다른 미국아이, 집에서는 한국에서 금방 온 아이처럼 말하고 다니는 학생으로 이중생활을 하면서 나는 나의 정체성을 궁금해 하곤 했다. 한 쪽으로 생각하면, “난 미국사람, 왜냐? 내 인생 2/3은 미국에서 살았고 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니까!” 다른 한쪽으로 생각하면 “난 한국사람, 왜냐? 부모님, 가족 모두 한국사람, 내 몸에 흐르는 피도 한국인, 그리고 날 웃겨주는 건 한국 쇼프로들이니까!” 이런 생각들 때문에 내 자신을 혼란스럽게 할 때도 있었다. 여권을 꺼낼 때도 미국여권, 한국여권을 보면서 나의 국적을 고민할 때가 있었다. 작지만 살기 좋고 즐거운 한국, 또는 크고 평화로운 미국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나는 한국을 고를 것이다.
아무리 난 미국 시민권자인 미국 사람이라고 우겨도 나늬 가족과 나의 생김새를 봐서는 나는 분명 한국인이다. 그러므로, 한국 아이들과 잘 놀고, 한국가서는 잘 적응하고 돌아다니는 나는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다 해도 나의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한국을 잊기는 힘들다. 나는 한글을 쓰고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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