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은 한인 학생들의 성적조작 사건으로 얼룩진 한 주였다. 팔로스버디스 고교에서 한인 학생 3명이 ‘키로거스’(Keyloggers)라는 전자 장비를 이용해 교사의 인터넷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해킹해 성적을 바꾸고 시험지를 빼돌려 팔아넘기다 체포된 사건에 이어 토랜스 고교에서도 한인이 포함된 학생들 4명이 성적 관리용 홈페이지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성적을 위조했다가 적발됐다.
팔로스버디스는 부유층 거주지인데다 적발된 학생들이 모두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다. 이들은 자신들의 성적을 B+에서 A로 고쳤고, 다른 학생들의 성적도 B에서 A로 바꿔주고 300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들은 왜 이런 무모한 행동을 벌였을까. 명문 대학에 가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나온 판단 오류일까, 아니면 돈을 한 번 벌어보겠다는 일탈 심리였을까. 그것이 어느 쪽이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성적을 올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다.
그러나 문제가 학생들에게만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선 학교의 성적관리 시스템 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학생들은 교사의 성적 관리용 인터넷 홈페이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빼돌리는 것만으로 쉽게 성적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성적 관리 시스템이 문제의 단초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또 한인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의식도 다시 돌아봐야 한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대개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 왔다고 말한다. 한국의 치열한 교육 경쟁 실태가 싫어서, 명문 대학에만 목숨 거는 현실이 싫어서 미국에서 자녀를 교육 시키려고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현실은 이같은 생각과 거리가 멀다. 성적 조작이라는 편법에 자신들의 인생을 걸 정도로 극심한 성적 압박과 경쟁 구도가 있었다면 한국의 입시지옥과 별반 다르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결국 성적 지상주의가 빚어낸 비극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한인사회에서 아직도 학교 간판이 자녀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고, 그런 분위기가 은연 중에 학생들을 편법의 유혹에 빠지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교육은 우선 어린 학생들에게 올바른 사회 구성원이 되려는 의지를 심어주어야 한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고,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자녀가 범죄자가 됐다면 그 부모는 자녀교육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부모는 행복할까? 이런 질문을 던질 때가 됐다.
허 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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