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치중하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를 때가 참으로 많다. 공부뿐만이 아니라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시간을 잊어버리고 삼매에 빠져드는 때가 있다. 아마도 내게 이렇게 길들여진 것은 오랜 세월 참선과 붓글씨의 단련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 본다. 사람들은 시간 맞춰 밥 먹고 시간 맞춰 자는 것만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언제 먹을 것 다 먹고, 잠잘 것 다 자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나에겐 배고픈 시간이 밥 먹을 시간이고, 졸리운 시간이 잠자는 시간인 것이다. 이렇게 습관이 된 나에겐 아무렇지가 않다. 그러나 나를 만나는 사람이나 방문하는 사람이 볼 땐, 시간에 맞춰 밥 먹고, 시간에 맞춰 잠자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난 그렇지가 않다. 밥을 제때 먹어야 한다는 것, 잠을 제때 자야한다는 것, 이 모두가 길들여진 개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밥을 먹다가도 글 쓸 테마가 떠오르면 지체 없이 밥숟갈을 놓고 글을 쓰고, 잠을 자다가도 테마가 떠오르면 즉시 일어나 글을 쓴다. 붓글씨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그 일에 몰두하여 삼매에 이내 빠져든다. 밥 먹는 것을 잊어버리고 잠자는 것을 잃어버리고 시간을 보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정신을 따라가지 못해 육체가 피곤을 느끼면 그때서야 ‘아-아 몸도 쉬어주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하던 일을 멈춘다. 내가 이렇게 세월을 모르고 공부하는 것이 사람들에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일는지도 모른다.
때론 밥 먹는 시간이 아까워 생식生食을 해보고, 벽곡辟穀을 해보며, 또한 하루에 한번 먹는 일종식도 해보았으며, 오후불식午後不食도 해봤다. 심지어는 달천리 토굴에서 탄하복기呑霞服氣 수련도 해보지 안했던가! 시간을 아끼기 위해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에 있어서는 먹지 않을 수 없고, 잠자지 않을 수 없으니, 일생 내내 먹는 것과 잠자는 것에 대한 씨름을 하며 풀어야할 과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나는 그런 대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해서 적절하게 활용하니 괜찮지만, 다른 스님들이 찾아오는 날엔 시간에 맞춰 공양 대접하느라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 때론 너무 먹어 위에 부담까지 느낀 때가 더러 있다. 사람은 공부하지 않고 있을 때가 더 많이 먹힌다. 왜 그럴까? 그것은 생각에서도 오지 않을까? 어린애가 다쳐도 울지 않다가 피가 보이면 우는 것처럼......
나에게도 객승客僧들이 가끔 오지만 나하고 같이 생활하다보면 많이 힘들어한다. 끼니때가 되면 배고파 못 참고, 잘 때가 되면 졸리어 못 참는다. 그러나 나는 목표한 것을 끝마치는 성질이기 때문에 식음을 잊어버리는 때가 많기에 정진하는 사람이라 해도 따라오는 사람이 드물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찾아오는 이에게 미리 부탁을 한다. “스님께서 배고프면 잡수시고, 졸리우면 주무시고 어느 것도 구애받지 말고 계시라”고 신신 당부한다. 그렇지만 마음을 놓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깝다.
세상 살며 남보다 뛰어난 일을 하는 사람 치고 한결같이 자기시간을 아끼고 소중히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잠잘 때 하나라도 더 공부하는 자만이 밝은 미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시간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