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황제’로 군림한 마이클 잭슨이 2009년 약물 과다복용으로 급사한 후 그의 아버지 조 잭슨이 CNN과 인터뷰를 가졌다. 당연히 눈물을 흘리며 아들의 명복을 빌 것으로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그가 아들 얘기는 제쳐놓고 자신이 새로 설립한 음반회사의 동업자를 소개한 후 생뚱맞게 사업 얘기만 늘어놓자 “저 사람 아버지 맞아?”라며 혀를 찼다.
원래 조 잭슨은 마이클과 자넷을 포함한 자녀 10명(한 아들은 일찍 죽었다)을 가수로 입신시키려고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여덟째이자 남매들 중 재능이 가장 뛰어난 마이클은 혁대로 채찍질 당하는 등 특히 심하게 맞았다. 조의 CNN 인터뷰를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가 자식들을 이용해 돈벌이에만 급급한 ‘악한 아버지’의 샘플이라고 비아냥했다.
그 같은 샘플은 수없이 많다. 아들 명의로 몰래 대학 학자금을 융자받아 술값으로 탕진한 아버지가 있었다. 한국에선 어린 자녀를 앵벌이시켜 구걸해온 돈으로 도박을 한 아버지도 있었다. 예수도 악한 아버지들의 실재를 시인하고는 “아무리 악한 아버지라도 자식이 떡을 달랄 때 돌을 주지 않으며 생선을 달랄 때 뱀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 잭슨은 약과다. 지난주 세상을 발칵 뒤집은 수퍼 ‘악빠’(악한 아빠)가 워싱턴주에 나타났다. 조쉬 파월(39)이다. 그는 자기를 찾아온 7세 및 5세 아들을 손도끼로 찍은 후 집에 불을 질러 함께 타죽었다. 우발적 범행이 아니었다. 미리 가족 친지 등에 ‘작별인사’를 음성메시지로 남겼다. 가솔린 2통(5갤런 들이)과 손도끼도 방안에 비치해뒀다.
그는 지난 5일 가족방문 감시원과 함께 자기 셋집을 방문한 두 아들에게 ‘좋은 선물을 주겠다“며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오게 한 후 문을 잠가 감시원을 따돌렸다. 그는 손도끼로 두 아들의 목과 머리를 내리쳐 쓰러트린 후 가솔린 한통을 방안에 뿌리고 다른 한통은 자기 무릎 사이에 끼고 앉아 불을 붙여 폭발시켰다. 집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파월은 유타주에 살았던 2009년 12월 실종된 아내 수잔의 살해용의자로 지목돼 왔다. 그는 아이들만 데리고 한밤중에 캠핑을 떠났었다며 평소 바람기 있던 아내도 그날 밤 가출했다고 주장했다. 파월은 한달 후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인 워싱턴주 퓨알럽으로 돌아와 아버지 스티븐 파월 집에 기거하면서 워싱턴과 유타 양쪽 경찰의 주목을 받아왔다.
부전자전인지 스티븐 파월 역시 ‘악빠’였다. 조쉬가 어렸을 때 툭하면 때렸다고 했다. 며느리 수잔과 동침했다고 떠벌리기도 했다. 스티븐이 작년여름 아동 포르노물 소지혐의로 수감된 후 두 손자의 양육권은 외조부에게 넘어갔다. 셋집을 얻어 형식적으로 독립한 조쉬는 양육권 환수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1일 정기 방문권만 얻었을 뿐 패소했다.
파월은 ‘악빠’의 극치를 실연해 보였지만 경찰은 그가 자식들을 죽임으로써 아내도 죽인 ‘악부(惡夫)’였음을 간접적으로 자백한 것으로 치부한다. 2년여만에 천국에서 엄마 품에 안기게 된 두 형제는 지상에서도 악빠로부터 안전하게 떨어져 있게 됐다. 외조부와 아웃들이 짐승만도 못한 파월을 아이들과 다른 공동묘지에 매장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이다.
영국시인 조지 허버트는 “한 사람의 아버지가 100사람의 선생보다 낫다”고 했다. 불행히도 한국 아버지들은 자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지구촌에서 꼴찌다. 3명 중 한명(34%)이 자녀와의 대화부족을 시인했다.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말처럼 아버지 없이 자란 자녀들의 범죄율이 어머니 없이 자란 자녀들의 범죄율보다 높다는 조사보고서도 있다.
어떤 아빠가 ‘악빠’인가? 전문가들은 낳기만 하고 사랑하지 않는 아빠,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학대하는 아빠, 부양하지 않거나 남에게 부양을 떠맡기는 아빠,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는 아빠, 노후에 자식에게 의지하려는 아빠 등등과 함께 ‘접촉도 대화도 자주 하지 않는 아빠’를 꼽았다. 뜨끔하다. 그러고 보니 LA의 아들에게 전화한지가 꽤 오래 됐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