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두 달이 채 안 되는 동안 주택 시장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음을 본다. 새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물론 겨우내 쌓여 있던 재고 가운데도 괜찮다 싶은 것은 빠른 속도로 계약돼 나가고 있다. 어느 부동산 중개회사의 자료에는 금년 2월 첫 3주간 계약된 주택 가액이 작년 2월 한 달간 계약 가액의 2배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야흐로 주택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는 것이다. 적어도 필라델피아 인근에서는 그렇다.
하긴 여러 해 침체와 가격 하락을 겪어온 마당이니 이제 주택 시장에 남은 일은 회복 밖에 더 있겠는가? 거래가 활발해지면 가격도 들먹이게 되어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그리 될 것이다. 값이 낮을 때 내 집을 장만하거나 투자용 주택을 구입해 둘 생각이 있다면 이제 움직일 때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움직이고자 할 때, 문제는 돈이다. 얼마나 있어야 내 집 장만의 꿈을 이룰 수 있는가? 오늘은 이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 사회에서 주택은 융자를 얻어 사는 것이 일종의 규범처럼 되어 있다. 내 집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월세를 내고 살아야 하므로 그 돈으로 혹은 그 돈에 얼마를 더 보태 매달 융자금을 갚을 수 있으면 융자를 얻어 내 집을 사서 산다 하는 것이 주택 구입의 주된 개념인 것이다. 융자를 얻고 매달 내는 돈이 대개 아파트 월세보다는 많지만, 장기간 그렇게 내다보면 융자 잔액이 줄어 그만큼 내 순 재산이 늘어나고, 또 융자금 이자와 재산세에 대해 매년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으므로 융자를 얻어서라도 집을 살 실익이 큰 경우가 많다. 물론 융자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중간에 집을 포기해야 하는 예도 있으므로, 주택 구입은 융자 상환 능력을 냉정히 따져보고 판단할 일이다. 집을 산다는 것 자체는 물론 얼마짜리 집을 살 것인지를 능력에 비춰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본인이 직접 거주할 집은 자금이 조금만 있어도 살 수 있다. 무주택자가 집을 장만할 길을 보다 넓게 열어주기 위해 연방 정부, 주 정부는 물론 은행도 다운페이를 조금만 해도 융자를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격과 숫자가 극히 제한되어 있지만 심지어는 주택 구입 자금을 100% 융자해주는 프로그램도 없지 않다. 이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정부 보증보험을 통한 융자(FHA loan)는 다운페이에 쓸 돈으로 주택 가격의 3.5%만 준비되어 있으면 된다. 일반 은행 융자에서도 주택 가격의 95%나 90% 융자가 가능하다. 다시 말해, 일반 은행 융자를 얻는다면 집 값의 5% 내지 10%만 내 돈이 있어도 집을 살 수 있고, FHA 융자를 얻는다면 3.5%만 있어도 된다. 25만불 짜리 집을 산다면 FHA 융자의 경우 $8,750, 일반 은행 융자의 경우 $12,500 내지 $25,000만 내 돈이 있으면 된다.
집을 살 때는 다운페이 외에도 이런 저런 비용으로 집 값의 4-5%가 든다. 융자 관련비용, 취득세(transfer tax), 소유권 보험료(title insurance), 은행이 받아 두는 재산세와 주택 보험료 유보금(escrow), 각종 검사료, 기타 비용으로 그만한 돈이 든다. 그러나 이 돈은 당장 준비되어 있지 않아도 대개 집을 살 수 있다. 집을 파는 사람에게 그만큼 돈을 대달라고 하면 들어주는 예가 많기 때문이다. FHA 융자에서도 일반 은행 융자에서도 집을 파는 사람이 집 값의 6% 범위 내에서 집을 사는 사람에게 보조(seller assist: 셀러 어시스트)를 주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어떻게든 내 집을 장만하겠다면 이처럼 준비된 돈이 많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세상이 그리 허술하던가? 내 돈 별로 안들이고 융자와 셀러 어시스트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다운페이가 20% 미만이면 융자보험(mortgage insurance)이란 걸 들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 다운페이 적은 융자는 나중에 일이 잘못될 경우 손해가 클 것이므로, 이에 대한 안전 장치를 원한다. 그게 바로 융자보험이다. 이는 융자를 얻은 사람이 돈을 못 갚으면 보험사에서 손해를 보상하는 것인데, 융자를 얻는 사람이 이 보험을 사야 한다. 연간 보험료가 다운페이 정도에 따라 융자금 잔액의 0.5% 정도 내지 1.0% 정도(융자금 25만 불이면 연간 $1,250 내지 $2,500 정도)이니 적은 부담이 아니다. FHA융자도 다운페이가 20% 미만이면, 정부의 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그 부담이 위와 비슷하다. 요컨대, 20% 이상 다운페이를 해야 부담이 적다는 말이다. 어느 경우라도 셀러 어시스트는 허용된다.
하상묵 (610-348-9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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